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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규] 한국 원자력에 꼭 이렇게 弔鐘을 울려야 하는가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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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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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原電 부지 해제 결정… 40년 원자력 산업도 枯死 위기
'自國 폐기, 해외 수출'도 모순… 인력 유출, 산업 붕괴 가져올 것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지난주 월성 1호기 조기 정지와 천지·대진 원전사업의 종결을 의결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노후 원전 가동 중단과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로 명기됐다. 하지만 이 계획은 구속력이 있는 행정계획이 아니기에 여건 변화가 있을 때 바뀔 여지가 있다. 2년 전 수립된 7차 계획에 적시된 6기의 신규 원전 건설계획이 8차에서 백지화로 변경됐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한수원 이사회는 '경영 불확실성 제거'라는 명분 아래 신규 원전부지 해제라는 돌이킬 수 없는 조치를 성급하게 결정했다. 이로써 신규 원전 건설이 없을 대한민국 원자력에 조종(弔鐘)이 울렸다. 40여 년 공들여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일궈 놓은 한국 원자력 산업과 기술이 고사(枯死)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정부는 UAE 원전 사업의 성과로 나타난 원전 수출의 중요성과 가치를 재평가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영국, 체코 등에 대한 원전 수출 성사 노력을 펼쳐왔다. 한수원 사장도 최근 한수원 주도로 원전 수출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원전 수출 주관회사가 자사의 원전 건설 계획을 완전 폐기하고 상대국에만 수출하겠다면 그 어떤 국가에서 그 회사의 원전을 도입하겠는가? 자국에서는 위험해서 건설하지 않겠다고 대내외적으로 공표하고, 더 이상 신기술 개발도 없으며, 기자재 공급망도 부실해질 원전을 외국에 팔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고 도덕적으로도 부당한 시도이다. 이번 신규 원전사업 종결 결정은 향후 원전 수출, 특히 당면한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출 성사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게 자명하다.

한수원 이사회는 지방선거 직후 신속하고 비밀스럽게 회의를 개최하고 이번 결정을 공표했다. 원전 수출 적극 추진 입장과 모순되는 신규 원전부지 해제 결정을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할 당위가 어디에 있는가? 원전의 안전성은 왜곡돼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치명적일 만큼 낮지 않고 기술 발전에 따라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져 왔다. 지금까지 지진이 원전에 치명적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원자력은 미세 먼지·온실가스와 같은 대기환경 문제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고, 최근 상승 기조를 보이는 유가나 가스 가격의 변동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싸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조차 원전 재가동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고 산유국인 UAE, 사우디아라비아, 영국이 원전의 신규 운용 내지 확대를 추진하는 데는 원전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 장점과 기후변화 대처 능력에 대한 높은 평가가 근간이 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원전 기술은 향후 원전 수출을 통해 국가 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크게 공헌할 수 있고, 북한 비핵화에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원자력의 이런 가치를 일절 무시하고 제대로 된 공적인 논의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채 폐쇄된 일개 이사회의 일방적인 결정 방식으로 탈원전의 대못을 박아야 하는 것인가? 이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조치인가?

미래가 없어진 원자력계에서는 인력과 기술의 유출이 급속 진행될 것이고, 종사자의 사기 저하는 물론 원전의 건설과 보수를 위한 기자재 공급망이 붕괴돼 원전의 안전 운영에도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정부는 원자력의 경제·환경적 효익과 안전성을 고려해 고령 원전은 일부 정지하더라도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할 수 있도록 탈원전 정책을 수정하고, 신규 건설의 여지가 남아 있도록 한수원 이사회의 신규 원전사업 종결 결정을 철회시키길 바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0/20180620040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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