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는 유엔 조사 결과를 “조작된 것”이라고 또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북한이 계속해서 관련 언급을 피해갈지 주목된다.

19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명남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UNHCR) 회의에 참석해 국제사회와의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인권 문제의) 정치 이슈화와 트집 잡기, 이중 잣대, 근거 없는 주장과 편견을 강력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최 대사의 이날 발언은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가 전날 이사회 연설에서 “북한에서 오랜 시간 벌어지고 있는 심각하고 조직적인 인권 유린엔 거의 변화가 없다”고 밝힌 데에 대한 반박이다. 자이드 대표는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의 조사 결과 “북한 주민들은 그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행사하기 위해 탈북을 모색하거나 해외와 연락을 취하는 등 생명과 존엄의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며 북한에 유엔인권조사관과의 협조를 촉구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2014년 펴낸 보고서를 보면 현재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인원은 약 8만~12만명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서는 고문을 비롯한 범죄 수준의 인권 유린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자이드 대표는 “유엔 조사 결과는 평화 회담에 인권 문제를 포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평화에 기여한다는 것을 계속해서 입증해 왔다”며 북한과의 협상에서 인권 문제가 빠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15호 요덕 정치범수용소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보위부 경비대 자택 및 본부 위성사진, 완전통제구역 위성사진, 요덕수용소 정문과 위성사진 / 엔케이워치

그러나 최 대사는 이에 대해 “북한에 적대적인 세력이 조작하고 퍼뜨린 미확인 정보를 근거로 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나아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을 “고도로 정치화된 반(反)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결의”라고도 비난했다. 2003년부터 매년 채택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은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매춘, 영아살해, 외국인 납치 등 각종 북한 인권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는 한편 북한 주민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인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인권 문제가 미·북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 “그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앞으로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비핵화보다는 짧게 논의했다”고 밝혀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공동 합의문에서 인권 문제를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의 인권이 미국 입장에서 우선순위가 아님을 통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필 로버트슨 HRW 아시아부국장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이 미군 유해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트럼프 대통 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인권 문제에도 적용됐음을 지적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의 사무총장은 대북 협상의 특성상 정상회담에서 다루지 않은 인권 문제를 나중에 새로운 이슈로 거론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가 제기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북 관계가 개선되면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0/20180620020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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