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제 교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싱가포르 기업을 자국으로 초청했다고 싱가포르 언론 ‘투데이’가 19일 보도했다. 오는 9월 최대 18명의 기업인이 북한을 방문할 수 있으며, 이들은 최소 400만원의 경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투데이에 따르면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다음날인 13일 피플 월드와이드 컨설팅 대표인 마이클 헝 전 난양공대 교수에게 싱가포르 기업을 초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헝 대표는 “방북 의향이 있는 현지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며 “오는 9월 18~22일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헝 대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싱가포르 기업 4곳이 방북 의사를 밝혔고, 기업 3곳은 참여를 고려중이다. 헝 대표는 “최대 18명의 기업인을 북한에 데려갈 것”이라며 “싱가포르 정부와 관계없는 북한 여행 정도로 보면 된다”고 했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1일 저녁 비비안 발라크리쉬난(왼쪽) 싱가포르 외무장관과 함께 관광 명소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 도착해 사진을 찍고 있다. / 발라크리쉬난 트위터

방북 참여 의사를 밝힌 VNT 글로벌 컨설팅의 벨라 니코 타이 대표는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향후 경제를 개방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이번 방북은 북한과의 관계 구축을 위한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헝 대표는 “유통, 통신, 관광, 부동산 및 인프라 개발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북한이 싱가포르 기업인들의 방북 비용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참여 기업인은 항공, 숙박, 비자 수수료 등을 포함해 4950싱가포르달러(약 404만원)를 부담해야 한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 전날인 11일 밤 싱가포르 시내를 둘러 본 사실이 전해지면서 북한이 경제발전 모델로 싱가포르를 염두에 두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은 식물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와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 ‘멀라이언 파크’ 등 관광 명소를 찾았다. 그는 야경을 보던 중 “싱가포르의 훌륭한 지식과 경험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말해 북한이 관광산업을 경제 건설의 모태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싱가포르는 이미 북한 경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싱가포르 기업들은 북한이 총력을 기울이는 원산 관광 특구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북한의 원산 갈마 국제공항은 군사비행장을 민간 국제공항으로 리모델링한 것인데 여기에도 싱가포르 자본이 투자됐다. 싱가포르의 민간단체 ‘조선 익스체인지(Choson Exchange)’는 북한 주민에게 시장경제와 마케팅 관련 세미나를 열고, 연수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내년 4월 15일까지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을 완공할 것을 지시했다.

싱가포르는 2015년까지만 해도 북한과 연간 2900만달러(약 321억원) 규모로 거래하는 6대 교역국으로 꼽혔다. 그러나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지난해 11월 대북 교역을 전면 중단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0/20180620020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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