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 때 합의한 미군 유해 송환이 빠르면 이번 주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실제 미군 유해 송환을 시작하면 6·12 정상회담 이후 북한 측의 첫 합의 이행 조치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회담에서 양보만 하고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다는 안팎의 비판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 “북한, 며칠 안에 미군 유해 송환 절차 시작”…폼페이오가 직접 데려올 수도

미 언론은 19일(현지 시각) 백악관 소식통들을 인용, 북한이 며칠 안에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사망하거나 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송환하는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해 송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CNN과 AP는 북한이 미군 유해 최대 200구를 송환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송환 대상에는 미군뿐 아니라 한국전쟁에 참여한 미 동맹국 군인의 유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합의로 미군 유해 송환을 계획할 길이 열렸으며 관련 부처간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이 서명한 공동 합의문에는 “미국과 북한은 미 전쟁 포로와 전시 실종 군인의 유해를 수습하고 이미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즉시 송환하기로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트위터

미군 유해 송환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합의한 것이다. 공동 합의문 4개항 중 마지막항에 “미국과 북한은 미 전쟁 포로와 전시 실종 군인의 유해를 수습하고 이미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즉시 송환하기로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단독 기자회견에서 “유해가 돌아온다. 아무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말했다.

미군 유해 송환은 북한이 한국의 유엔군사령부나 비무장지대(DMZ)의 유엔사에 유해를 넘기는 절차부터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측에서 유해를 인도받을 때 공식 의식을 열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유해는 하와이 진주만의 히컴 공군기지나 네브라스카주 오펏 공군기지 중 한 곳으로 보내져 DNA 감식과 신원확인 작업이 이뤄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특사를 보내 유해를 직접 미군 시설로 데려오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추가 방북을 시사한 만큼, 그가 직접 평양에 가서 유해 송환 작업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2차 방북 때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을 데리고 귀국했다.

AP는 “유해의 정확한 숫자와 신원은 감식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공개되지 않을 것이고 미군 유해인지 동맹국 군인의 유해인지도 감식 전에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에서 두번째) 미국 대통령이 2018년 5월 10일 오전 3시쯤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목사, 김상덕(토니 김) 전 중국 옌볜과기대 교수, 김학송 씨와 함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워싱턴포스트 라이브
◇ 美, 1982년부터 북한서 미군 유해 발굴·송환에 2200만달러 써

미군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을 담당하는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중 7697명이 실종 상태다. 이 중 약 5300명의 유해가 북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 북한 측은 미국에 미군 유해 200구를 갖고 있다고 시사했다. 한국전쟁 때 미군 전사자 수는 실종자를 포함해 3만6000명 이상이다.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미국이 1982년부터 629명의 미군 유해를 북한에서 발굴해 미국으로 데려왔다고 보도했다. 이 중 459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미국은 북한에 있는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해 2200만달러를 썼다고 RFA는 전했다.

미국과 북한은 1996~2005년에는 33차례 공동 유해 발굴 작업을 벌여 미국인 유해 229구를 수습했다. 이후 미국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등을 이유로 공동 유해 발굴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북한은 2007년 빌 리처드슨 당시 미 뉴멕시코 주지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미군 유해 6구를 돌려보낸 후 유해 송환을 중단했다.

미 의회에서는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디애나주의 조 도넬리 민주당 상원의원과 토드 영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인디애나주 출신의 미군 170명 이상이 한국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유해 송환 노력을 높이 산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이 성공적이라고 하지만 그가 새로운 것을 얻어낸 게 없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다”며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은 김정은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조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0/20180620011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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