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26년 만에… 내년 키리졸브·독수리 훈련도 불투명
다음주 실시 예정됐던 한국軍 단독 '태극연습'도 연기하기로
 

한·미 군 당국은 오는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 연습을 일시 중단한다고 19일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 및 이행을 촉진시키기 위한 조치다. 한·미 연합 훈련이 중단된 것은 1992년 이후 26년 만이다. 다음 주 실시될 예정이었던 한국군 단독의 '태극 연습'도 이날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한·미 군 당국은 내년 3~4월 실시될 한·미 연합 키리졸브(KR) 및 독수리(FE) 연습 중단도 적극 검토 중이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어적 성격의 한·미 훈련만 줄줄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UFG 중단 이어 태극 연습도 연기

UFG 일시 중단은 우리 시각 오전 6시, 미국 동부 시각 18일 오후 5시에 한·미에서 동시 발표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측에서 이날 훈련 중단 발표를 예정보다 앞당기자고 요청해 시간이 재조정됐다"며 "미측이 자국 방송의 저녁 보도를 염두에 둔 것 같다"고 했다. 미·북 간 북한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최근 모종의 합의가 있었고, 이에 맞춰 한·미 훈련 중단 발표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북한이 곧 훈련 중단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미·북 정상회담에서 언급됐던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등을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군 다연장로켓(MLRS) 부대가 19일 경기도 파주의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훈련하고 있다.
미군 다연장로켓(MLRS) 부대가 19일 경기도 파주의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훈련하고 있다. 한·미 국방부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 및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8월 열릴 예정이었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 연습을 일시 중단한다고 이날 밝혔다. /EPA 연합뉴스

UFG 연습에는 이날 중단이 결정된 한·미 군사훈련 외에 정부 차원의 방어 훈련인 '을지 연습'도 포함되는데, 청와대는 이날 을지 연습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을지 연습 중단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논의 중"이라고 했다.

우리 군 당국은 25~27일 실시 예정이었던 태극 연습도 이날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극 연습은 전·평시 작전수행과 지휘 능력을 증진하기 위해 매년 실시해왔던 모의전쟁 훈련이다. 군 내부에선 "연합 군사훈련도 아닌 우리 정부·군의 방어 훈련까지 중단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KR, FE 훈련도 중단 가능성

한·미 국방부는 이날 UFG 중단을 발표하면서 '유예(suspend)'라는 표현을 썼다.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미국과 북한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에만 잠정적으로 훈련을 중단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하지만 미·북 협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전망이어서 한·미 훈련은 상당 기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주요한 '핵군축' 시한으로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인 2021년 1월을 시사한 바 있다.

양국 국방부는 "후속하는 다른 (한·미 군사) 연습에 대한 결정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키리졸브(KR), 독수리(FE) 연습도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이번 주에 올해 UFG 연습 최종 계획 회의와 내년 KR 훈련 최초 계획 회의를 연이어 열 예정이었는데, 지난 15일 두 회의를 모두 연기했다. KR 회의 시기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연합사 해체→주한미군 철수' 우려도

UFG에 이어 KR, FE 훈련까지 중단되면 한·미 연합 방위 태세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핵 추진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 자산은 KR, FE 훈련 기간에 맞춰 한반도에 출동해 왔는데, 훈련이 중단되면 이 역시 취소될 수밖에 없다.

안보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북한 의도대로 '한·미 연합 훈련 중단→한미연합사령부 축소·해체→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북한이 남북 군사 회담에서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철수하겠다고 제안한 것도 경기 북부에 주둔하며 '인계철선(북한 공격 시 미군 자동 개입)' 역할을 하는 주한 미 제210화력여단 철수를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도 있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을지연습

UFG 연습은 한 반도 전면전을 가정해 매년 8월 하순 열리는 한·미 연합 훈련이다. 실제 병력과 전투 장비 투입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실시되는 지휘소 훈련(CPX·모의전쟁 훈련)이다. UFG 일환인 을지연습은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민·관·군 합동 대응 훈련이다. 민방공 대피 훈련, 주요 시설 방호 및 피해 시설 긴급 복구, 인명 방호 훈련 등으로 진행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0/20180620001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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