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정상회담 이후]
훈련중단 놓고 "수백만달러 비행기… 훈련은 비싸다" 또 돈얘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돈의 논리'를 앞세운 외교가 한국의 안보 동맹을 뒤흔들고 있다. 경제뿐 아니라 민감한 외교·안보 문제까지 철저히 장사꾼 원칙으로 접근하면서 미국 내에선 트럼프의 외교정책을 '아파트 독트린(condominium doctrine)'이라 부르는 비아냥도 나온다. 부동산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하듯 동맹 외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각) 폭스뉴스 인터뷰와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관련해 "그것은 (6·12 미·북 정상회담에서) 나의 제안이었다"며 "나는 내가 (대통령에) 들어온 뒤부터 왜 (훈련 비용을 한국으로부터) 변제받지(reimbursed) 못하느냐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가 그것(훈련 비용)을 내고 있고, 우리가 수백만달러를 비행기와 모든 것을 위해 지불하고 있다"며 "훈련은 아주 비싸다. (훈련 중단으로) 내가 많은 돈을 절약했고, 그건 우리에게 좋은 것"이라고 자랑하듯 말했다. 훈련 중단으로 인한 대북 준비 태세 저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비용 절감만을 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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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가 궁금한 김정은… 백악관, 회담사진 추가 공개 - 김정은(왼쪽에서 첫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안내를 받아 미국 대통령 전용차인 ‘캐딜락 원’을 살펴보면서 창문을 손으로 두드리고 있다. 캐딜락 원은 육중한 몸체 때문에 ‘비스트(Beast·야수)’라고도 불린다. /백악관

그는 지난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도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밝히며 "우리가 소비하는 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다. 괌에서 6시간 30분을 비행해 (한국으로) 가서 폭탄을 떨어뜨리고 간다"며 "나는 비행기를 잘 아는데 매우 비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 미군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수차례 비용과 연계해 거론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는 적절한 시점에 가능한 한 빨리 (주한 미군) 병력을 빼고 싶다"며 "우리는 많은 비용이 들고 있고, 한국이 (주둔 비용) 전액을 지불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지난 3월 미주리주(州)에서 한 연설에서는 "우리는 한국에서 (무역으로) 돈을 잃고, 군대(주한 미군)에서도 돈을 잃고 있다"고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4일 이와 관련해 "트럼프의 사업가로서의 좁은 세계관이 미국의 전통적 외교 가치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NYT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업자의 관점에서 북한을 한국과 중국, 일본 등 경제 강국 사이에 있어 돈을 벌기 좋은 일급지(prime location)로 생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지정학적으로 좋은 '목'을 차지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라"며 "한국과 중국 사이에 그들(북한)이 있다. 훌륭하다(great)"라고 했다.

이에 대해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장은 NYT에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된 (외교) 주제는 동맹과 동맹 관계를 낮추는 것"이라며 "그들은 동맹을 군사적 무임승차, 혹은 경제적 라이벌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대해선 "(북한에 대한) 봉쇄 독트린(containment doctrine)이 '아파트 독트린'으로 대체됐다"고도 했다.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비판이 잇따르자,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오전(현지 시각)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내가 북한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가짜 뉴스'들이 서로 협력해서 말하 는 것을 보고 있자니 우습다"며 "그들은 (나를) 폄하하는 게 전부"라고 했다. 미·북 정상회담을 비판하는 언론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트위터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딜'은 아시아 전역에서 칭찬받고 축하받고 있다"며 "(그러나) 이곳 미국에서는 일부 사람들이 이 역사적 딜을 '트럼프의 승리'가 아닌 실패로 보려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8/20180618002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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