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美北정상회담]
서명 후 "미사일 시험장 폐기" 이 발언으로 트럼프 환심 사
 

김정은의 대미 협상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12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는 내주지 않고, 자신이 바라던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은 받아 챙겼다. '거래의 달인'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김정은이 상대의 특성을 역이용하는 협상술을 써서 이득을 거둔 것이다.

우선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는 미국 민주당 전임 정부를 비판하며 트럼프의 기분을 맞췄다. 트럼프는 '김정은의 어떤 말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란 확신을 갖게 했나'란 질문에 "김정은이 '클린턴 정권 동안 (제네바 합의를 통해 경수로와 중요 지원 등) 수십억달러를 받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를 먼저 꺼내더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은 '우리가 이렇게 멀리 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클린턴 등 이전의 미 행정부는 못 믿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일이 될 것 같다'는 의미로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줄곧 클린턴·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하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김정은이 그 얘기를 먼저 꺼내면서 '당신이라서 다르다'는 느낌을 줬다는 뜻이다.

김정은은 또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란 카드를 불쑥 내밀어 트럼프의 환심을 샀다. 트럼프는 "그것은 합의문에는 없다. 서명 이후에 나온 얘기"라고 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과 관련 있는 '옵션 카드'로 비핵화 진정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이건 문서상 공식적으로 한 약속이 아니었다.

김정은은 뒤로는 돈 되는 일로 마치 선심을 쓰 는 듯이 했다. '미군 유해 송환' 합의와 관련, 트럼프는 "김정은은 정말 자비로웠다(gracious)"면서 "내가 회담 막판에 꺼냈는데 그는 '다음에 얘기하자'고 하지 않고 즉각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과거 북한은 유해 발굴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요구했고, '발굴 비용+α'의 현금을 미국으로부터 받았었다. 트럼프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4/20180614003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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