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대상’ 된 北카메라 기자
어깨 짊어진 풀HD 카메라 주목
가격은 렌즈포함 2000만원 수준
한국 기자 “北 장비에 놀라”

12일 역사적인 첫 ‘미북 정상회담’. 두 지도자가 악수를 하고 회담장으로 들어서자 네명의 기자들이 바로 따라 들어갔다. 미국 기자 둘, 북한 기자 둘이었다. 방송용 카메라를 든 북한 기자는 여느 기자들처럼 1초라도 먼저 회담장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이었다.
 
https://youtu.be/vy59WkYCosI (영상) - 채널 아시아 뉴스

 


첫 미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싱가포르에서 북한 기자들은 전세계 언론의 취재 대상이 됐다. 북한 관리나 수행원들에 비해 아무래도 서방 언론들의 눈에 띌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 앞에서는 방송용 카메라를 든 북한 기자가 나타나면서, 현장에 있던 기자들로부터 질문 세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이 기자는 왼쪽 가슴에 붉은색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았다. 현장에 진치고 있던 각국 취재진 수십 명이 북한 카메라 기자 쪽으로 우르르 몰렸다. 기다리고 있던 ‘북측 인사’가 나타난 까닭이다.

한동안 카메라 기자가 카메라 기자를 서로 촬영하는 ‘맞촬영’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사방에 기자들이 몰려들자, 북한 카메라 기자가 냅다 뛰기 시작했다. 현지 경찰이 뒤따라오는 다른 카메라 기자를 제지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12일 가슴에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단 북한 카메라(영상) 기자와 사진 기자가 취재경쟁을 펼치고 있는 모습 /TV조선 화면 캡처
북한 카메라 기자가 ‘집중 관심’을 받게 된 이유가 있다. “10일 당시에는 김정은이 어떤 비행기를 타고 언제 싱가포르에 도착할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북한 기자가 숙소(세인트레지스 호텔)에 나타났다는 것은 김정은의 도착이 임박했다는 걸 의미했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미북 정상회담 취재를 하고 있던 한 기자 얘기다.

이 북한 카메라 기자가 어깨에 짊어진 촬영 장비도 덩달아 주목 받았다. 그가 소지하고 있는 카메라 제품에는 ‘XDCAM HD’라는 로고가 붙어 있다. 이 제품은 2013년 일본 소니사(社)가 출시한 ‘PMW 400’으로 추정된다. 최대 풀HD 화질로 영상을 기록할 수 있다. 출시 당시 가격은 1500여만원. 현재는 단종된 제품이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카메라는 내구성이 좋아, 방송가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소니 PMW400 방송용 카메라. /소니코리아
북한 카메라 기자는 카메라 렌즈는 소니가 아닌 일본 후지논(Fujinon) 것을 썼다. 렌즈 값은 약 500만원 수준이다. 싱가포르에 파견된 북한 기자는 대당 2000만원에 달하는 방송용 카메라를 사용한 것이다. 외신들에 둘러 싸인 이 북한 기자가 가지고 있던 카메라 후면에는 ‘JWN’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것이 카메라 기자 이름 이니셜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 장비’에 국내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도 다소 놀란 눈치다. PMW400 제품은 국내 방송사에서도 현재 사용하는 제품인 까닭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도 이 카메라보다 구형 제품을 아직도 다수 사용하고 있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의 카메라 기자는 “평창동계올림픽,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현장에서 접한 북한 장비가 생각보다 최신형 제품이라는 데 놀랐다”며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북측에서 가져온 것이 아닌, 한국에서 대여(렌탈)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송사 카메라 기자는 “보통 카메라 기자가 사용하는 장비는 현장에서 밀고 부딪히는 과정에서 모서리 부분 도색이 벗겨진다”면서 “반면 북한 장비는 모서리 부분이 새 것처럼 깔끔한데, ‘최고존엄’ 김정은을 화면에 담기 위해 북한 내에서도 A급 장비를 가져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북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싱가포르에 온 북한 카메라 기자의 모습. 북한 측 기자들은 취재 현장에서 전세계 언론사의 취재 대상이 됐다. /연합뉴스, 뉴시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2/2018061201661.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