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 전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 등장했다. 깜짝 야경 투어에 나선 것. 김정은은 이날 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를 비롯해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에스플러네이드’ 등 싱가포르의 유명 관광지를 둘러 봤다. 싱가포르의 야경을 보면서 김정은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싱가포르는 인구 570만, 전체 면적 697㎢로 서울의 1.2배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연평균 기온은 26.8도에 이를 정도로 연중 고온다습해 사람이 장시간 노동을 하기도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경제력은 이러한 장애물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싱가포르의 국내총생산(GDP)은 3469억달러(2018년 IMF 기준), 1인당 GDP는 6만달러에 이르는 경제 강국이다.

싱가포르는 김정은이 수차례 강조했던 ‘경제 대국’의 역할 모델이 아닐까 싶다. 굶는 인민은 없을뿐더러, 관광 산업 발달로 인민들의 삶의 질 또한 높다. 정치지도자에 대한 인민들의 신뢰 역시 탄탄하다. 리콴유에서 리셴룽으로 이어진 정치 권력 세습도 순탄하게 진행됐다.

리콴유는 1959년 싱가포르의 수상이 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35세, 묘하게도 김정은의 올해 나이와 같다. 리콴유는 ‘싱가포르를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싱가포르의 가능성을 서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말라카 해협’에서 찾았다. 태평양과 인도양의 물류 허브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는 싱가포르의 경제를 완전히 개방해 해외 자본 유치에 국운을 걸었다.

외국 기업이 싱가포르를 찾기 시작하면서 물동량이 늘었다. 2017년 기준 싱가포르는 세계 물동량의 20%를 환적하는 물류 허브가 됐다. 물류 산업 발전은 외환 시장 발전으로 이어졌다. 싱가포르의 발전사는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 발전의 선순환 모델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김정은은 12일 오전 정상회담이 열리는 센토사섬으로 이동하면서 싱가포르항을 봤을 것이다. 하루에 10만개 이상의 컨테이 너를 환적하는 항구와 컨테이너선 수백대가 떠 있는 바다를 보면서 그가 ‘비핵화’와 ‘개혁·개방 노선’에 대한 확신을 가졌으면 한다.

만약 김정은을 직접 보게 된다면 이야기해주고 싶다. 북한도 잠재력이 있다고. 싱가포르가 서태평양과 인도양의 연결 고리였다면, 북한은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고. 핵을 포기하고 외국에 문을 열어 보라고.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2/20180612011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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