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정상회담 D-4]
北, 비핵화 구체적 언급 빠진 판문점 선언式 포괄적 합의 고집
 

강인선 기자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판문점 실무 접촉이 비핵화에 대한 미·북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6일 일단 마무리됐다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이 7일(현지 시각) 전했다. 미·북은 싱가포르로 장소를 옮겨 정상회담 직전까지 후속 협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북 실무팀이 비핵화에 대한 이견을 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지난달 27일부터 판문점에서 성 김 주필리핀 미 대사를 대표로 한 미국 측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이끄는 북한 측이 만나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둘러싼 협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낼 문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제시한 구체적인 비핵화 단계 명시 방안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미·북 접촉은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 조율 과정에서 미국 측이 요구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고, '4·27 판문점 선언'식의 포괄적인 비핵화 원칙을 고집해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남북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비핵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만 했다. 북한은 미국에게도 이런 수준의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북 의제 협상팀은 정상회담 성명문에 포함될 내용을 '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 등 세 분야로 나눠 논의했다. 이견은 비핵화에서 뚜렷했다. 미국은 비핵화의 구체적 단계, 즉 핵무기와 핵물질 리스트 제출, 사찰단 수용 등 언제 어떻게 비핵화를 할 것인지 명시적으로 담기를 원했다. 북측은 그러나 오랜 적대 관계로 인해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약속을 하기는 어렵다며,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정도로만 하자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멜라니아 한 달 만에 공식석상 등장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워싱턴 연방재난관리청의 허리케인 설명회에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참석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멜라니아 여사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10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언론들은 (멜라니아에 대해) 성형수술을 받았다거나 ‘학대설’까지 제기했지만 모두 거짓”이라고 했다.
멜라니아 한 달 만에 공식석상 등장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워싱턴 연방재난관리청의 허리케인 설명회에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참석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멜라니아 여사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10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언론들은 (멜라니아에 대해) 성형수술을 받았다거나 ‘학대설’까지 제기했지만 모두 거짓”이라고 했다. /AP 연합뉴스

이 소식통은 "만일 북한이 CVID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정상회담에서 미·북 간 합의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종전 선언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후 기자들에게 "한국전쟁의 종전 선언에 관해서도 얘기했다"며 "종전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측은 지난 1일 트럼프-김영철 면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언급하자 판문점 협상이 수월하게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측 실무팀이 내놓은 안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CVID를 강조하고 있어 북측이 상당히 당황했었다고 한다.

6·12 정상회담 직전까지도 미·북 간에 선언문 내용을 둘러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핵화에 대한 사전 합의가 없는 채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 직접 담판을 지을 가능성도 있다. 그 경우는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한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따라서 비핵화의 큰 그림을 그린 후 상세한 내용은 정상회담 직후 실무진에서 다시 협상을 시작하는 차선책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 실무협상 과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미·북 모두 정상회담 후 발표할 성명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6일 현재 결론이 안 난 상태"라며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정상회담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정상회담 준비에 들어갔다. 블룸버그 통신은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일주일에 8~10시간씩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한 관련 브리핑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정보국(CIA)의 앤드루 김 코리아미션센터장도 브리핑을 돕고 있다. 블룸버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로부터 북한에 양보를 하지 말라는 조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5일 백악관에서 샘 넌 전 상원의원과 리처드 루거 전 상원의원을 만나, 이들이 1991년 발의해 구소련 비핵화를 이끌었던 '넌-루거법(Nunn-Lugar Act)'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넌-루거법에 따라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 등이 핵 물질을 폐기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08/20180608003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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