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전용’ 문제가 남북한 언어 통일 과정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11~13일 중국 베이징(북경)에서 열린 ‘한국어(조선어) 국제학술 토론회’에서 북한 학자들은 “언어의 민족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국문전용’ 정책이 관철되어야 한다”고 강조, 한글전용 문제를 쟁점화시켰다.

또 북한과 중국의 학자들은 남북한간에 서로 다른 자음과 모음의 숫자, 한국어 속의 외래어 범람문제도 조정·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 예산 지원으로 베이징 올림픽호텔에서 열린 이번 학술토론회에 3명의 북측 대표중 한 사람인 북한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문영호 소장은 ‘조선어 서사규범의 확립과 그의 통일적 발전을 위한 몇가지 문제’란 제목의 발표를 통해 ‘한글전용’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언어분야의 민족성을 구현하는데 기본은 민족 고유어에 기초하여 언어체계를 발전시키고, 인민대중의 뜻에 맞게 말과 글을 쓰는 것”이라고 전제, “우리 말이 민족성을 구현하려면 무엇보다도 확고한 ‘국문전용’ 정책이 관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은 남한의 ‘국한문 혼용’ 정책과 상충되는 것이어서, 앞으로 남북한 언어통일 과정에 큰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문소장은 또 “서사규범(자모음 체계 및 맞춤법)을 통하여 민족성을 구현하려면 국제적으로 공식인증을 받아 등록해야 하는 온갖 형태의 조선글 표기법과 부호화를, 북·남·해외가 단합해서 하나의 규범으로 실현해야 한다”면서, “컴퓨터 국제표준부호로서의 ‘유니코드’, 조선지명국제표기, 조선글의 라틴문자 전자법, 술어 사전부호 정보교환용략어 등 수많은 문제에서 단일한 조선글 체계와 서사규범이 등록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한글맞춤법 통일안’은 24개의 자모를, 북한의 ‘조선어 철자법’은 40개의 자모를 각각 규정하고, 그 배열순서에도 각기 다른 방법을 쓰고 있다. 이번 학술토론회에는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미국 독일 등의 학자 40여명이 참가, ▲한국어 연구 ▲한국어와 외국어 대비연구 ▲응용언어학 연구 등 3개 분야로 나눠 사흘 동안 토론회를 벌였다.

/북경=지해범기자 hbj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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