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자 회동을 한다는데 맞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국무부 대변인은 "듣지 못했다. 한국 정부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미 정부 관계자의 "한국 정부에 물어보라"는 답변은 미 정부로서 달갑지 않은 한국 측 움직임에 대해 논평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여 종전 선언을 하는 일을 관심을 갖고 적극 추진해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미·북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추천했다. 판문점에서 미·북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정상회담을 열면서 세 지도자가 함께 종전 선언을 하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장소로 싱가포르를 선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종전 선언을 의제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문 대통령의 동참 의사에 대해서는 아무 언질을 주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에 한 당사자로 끼어드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문 대통령은 6·12 지방선거 사전 투표까지 계획해 가며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초청할까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미·북 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에 가 있는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행이 성사될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런 정부 움직임이 소문을 타고 번지다 보니 미 국무부 브리핑에서까지 관련 질의 응답이 나오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핵 폐기에 대해서는 "미·북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개입을 꺼려왔다. 우리 국민의 생사 안위가 달린 핵 문제에 거리를 둬 온 것이다. 그러면서 북핵이 폐기되면 저절로 해결될 전쟁 종식 문제를 앞당겨 선언하는 정치적 이벤트에 커다란 애착을 갖고 있다. 종전 선언을 해도 북핵 폐기가 안 되면 과거의 남북 기본 합의서와 같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도 종전 선언을 앞당겨 하겠다면 한국 대통령이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유난히 독점욕 이 강해서 자기 공적을 다른 사람과 나누기를 싫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 이벤트를 특검 수사가 자신을 향해 조여오는 국내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으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든 종전 선언 이벤트와 같은 부차적 문제로 미·북 정상회담이 북핵 폐기의 실질적 합의를 이루는 데 방해가 되거나 초점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06/20180606024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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