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앞두고 美·北 회담, 내부 분열 등 야권의 惡材 도처에 널려
'與黨 들러리'로 구차히 사느니 2020년 총선 내다보며 보수 야당 再建 준비해야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6·13 선거를 1주일 앞둔 시점인데도 야권의 후보 단일화는 드러난 것이 없다. 이대로 간다면 선거 결과는 야권의 패배로 귀결될 조짐이 크다. 단일화해도 이길까 말까 하는 승부처에서 야당이 저마다 후보를 내고 끝까지 버티는 것은 결국 여당에 승리를 헌상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념이 다르니, 사상이 다르니, 보수니 중도니 하면서 자기들끼리 '조그마한 차이'에 눈이 어두워 좌우의 '커다란 차이'라는 파도에 휩쓸려가는 것을 모르고 있다. 그러면서도 선거 이후 정가의 판도와 자신들의 입지만 계산하고 있는 듯하다.

단일화 말고도 야권의 악재(惡材)는 널려 있다. 투표 바로 전날로 예정된 싱가포르의 미·북 정상회담은 열리는 것만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남북한 평화' 캠페인을 홍보하고 야당의 존재를 왜소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보수 내의 싸움은 진행형이다. 망해가는 야당의 분열을 남의 일인 듯 아니, 서로 네 탓인 양 치고받는 친박과 비박의 대립은 그 농도가 여야 싸움보다 짙다. 박근혜 탄핵을 둘러싼 저주의 욕설들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일부 야권 정치인은 야당이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편다. 이것은 문 정부가 현재의 강도와 속도로 좌파 혁명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저지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견제 논리에 바탕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내건 시장·도지사 6석 확보 운운과 배수진으로 쳐놓은 당대표직 사퇴는 이기겠다고 하는 소리가 아니고 그냥 살아남겠다고 하는 소리나 진배없다. 이번 선거가 야당에 힘겨운 싸움이며 '박근혜 정부 궤멸' 이후 찢어지고 상처 입은 보수 우파의 재무장이 어려운 것인 줄 몰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렇더라도 단일화 하나만이라도 해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 최소한의 염치는 있어야 했다.

그래서 그렇게 굴욕적으로 살아남느니 차라리 '죽어서 다시 사는 길'로 가자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다. 물론 이 견해는 야당이 망하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차라리 패배의 폐허 위에서 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어설프게 몇 석(席) 건져서 견제는커녕 한쪽 구석에서 명맥을 유지하며 막강한 여당의 감질(?)나는 시혜(施惠)에 의존해 들러리로 살아남느니 차라리 전멸해서 새로운 지도 체제와 인물들이 2020년 총선을 목표로 보수 야당을 재건하자는 것이다.

그들은 "불과 10여 년 전 자신들을 폐족이라고 불러 달라던 노무현 사람들이 오늘날 재기해서 권력을 이끌고 있는 것을 보라"면서 "아마도 그때 '나를 잊어 달라'며 퇴장했던 노무현의 선택이 다른 것이었다면 오늘날 문재인은 없을 것이다"고 했다. 노무현 시절 지금의 야당이 '천막 당사'로 내몰렸을 때 재건해 권력에 복귀하리라고 본 사람도 많지 않았다. 역사는 '보따리를 바꿔 차는' 사례로 가득 차 있다.

지금 문 정권의 앞날은 순탄치 않다. 특히 경제 면에서 이 정권은 험한 앞날에 직면해 있다. '남북'이 잘돼서 북한을 돕게 될 때 우리 경제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미 최저임금, 일자리, 소득, 복지 분야에서 문 정부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거짓 숫자로 꿰맞출 수밖에 없는 사태는 더 잦아질 것이다.

과속으로 질주하고 있는 좌파의 '안보 혁명'도 곧 위기감을 몰고 올 것이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서 시험대에 오를 문 정권의 외교·안보 노선은 많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평화'와 '남북 화해'의 무지개가 걷힌 뒤 다가올 엄혹한 현실은 보수 야당에 좋은 기회일 수 있다. 그 사이 미국 역시 트럼프 이후의 새 리더십을 모색할 것이다. 우리 총선과 같은 해에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는 한국 정치 지평에 새로운 요소를 제공할 것이다. 아마도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고 좀 더 예측 가능한 새 백악관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될 때 2020 총선은 야당에도 긍정적 변수를 안겨줄 것이다. 새로운 정세와 좌파 기득권 세력의 피로감을 업고 새로운 보수 야당은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긴 호흡 속에 내일의 보수 재건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6·13 선거에서 지금의 야당이 충분한 견제 세력으로서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핵심 승부처에서 완패하고 서로 책임 전가하며 살아남는 데 전전긍긍한다면 '죽어서 사는 길'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보수는 6·13을 넘어 '6·13 이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04/20180604029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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