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푸틴 정부가 미국의 패권을 견제하는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날 평양을 방문한 라브로프 장관을 만나 “한반도 정세는 북한과 한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며 “푸틴 정부가 미국의 패권과 단호히 겨루는 상황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우리는 (러시아가 미국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항상 러시아 측과 협상하고 의견을 교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김정은이 러시아인을 공식 접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2009년 이후 약 9년 만에 북한을 방문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은 6월 12일 개최가 논의되고 있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유튜브에 김정은과 라브로프 장관의 접견 영상을 공개했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5월 31일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 러시아 외무부 트위터

라브로프 장관은 김정은에게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푸틴 대통령은 당신(김정은)의 참여로 한반도에서 시작된 노력을 이행하는 데 따뜻한 격려를 보내며 성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 정부는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기대한다며 북한 경제 개발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정·번영에 관심이 있다”며 “특히 (판문점 선언에) 러시아 철도 사업이 언급돼 있기 때문에 러시아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과 관련해 모든 면에서 공헌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김정은에게 러시아 방문을 요청했다. 집권 이후 김정은의 외국 방문은 중국이 유일하다. 김정은이 라브로프 장관의 방러 요청에 수락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앞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도 회담을 가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와 그에 따른 보상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리용호와의 회담 직후 “(비핵화는) 반드시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또 매 단계 뭔가 오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이뤄질 수 없다”며 대북 제재 해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나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고 일관하며 확고하다”며 “조미 관계와 조선반도 비핵화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세 하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각자의 이해에 충만되는 해법을 찾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며 효율적이고 건설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 해결이 진척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1일 보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018년 5월 31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리용호 외무상과 회담을 가졌다. / 러시아 외무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01/20180601004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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