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격동의 시간']

김영철, 김정은 지침 받기 위해 北유엔대표부 있는 뉴욕 택해
사실상 트럼프·김정은의 대리전… "환영 만찬으로 회담 시작"
美국무부 "김영철, 워싱턴 가려면 추가로 제재 면제 받아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30일(현지 시각)부터 벌이는 뉴욕 회동은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6·12 정상회담 대리전 성격이다. 이 두 사람의 '뉴욕 담판'에 따라 미·북 정상회담 향배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30일 오후 2시 백악관에 들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 뉴욕으로 떠난다. 대통령의 지침 아래 움직이는 것이다. 김영철이 뉴욕을 회담장으로 택한 것도 북한 유엔대표부를 통해 본국 지침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영철은 김정은의 지시 없이는 어떤 합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날 저녁 뉴욕 환영 만찬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이 4월과 5월 방북에서 이미 김영철을 두 번 만난 만큼 자연스러운 대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협상 과정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본격 협상은 31일 오전 시작될 것"이라며 "이날 오후에 기자회견 계획도 잡혀 있다"고 했다. 미국은 일단 이번 기회에 김영철이 가져온 북한의 비핵화 메시지를 분석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영철의 얘기를 듣고, 북한 의도를 판단해 보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친서를 들고 온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의 워싱턴 방문 여부도 중요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뉴욕 이외에 다른 곳으로 가려면 (김영철에 대한) 추가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한다"며 "그에 대해 추가로 할 말은 없다"고 했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 사건 등으로 미국 정부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 움직이려면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한다.

뉴욕행 항공기 탑승한 김영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3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미국 뉴욕행 항공기에 탑승해 이륙을 기다리고 있다.
뉴욕행 항공기 탑승한 김영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3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미국 뉴욕행 항공기에 탑승해 이륙을 기다리고 있다. /SBS

외교 소식통은 이에 대해 "아직 추가 제재 면제를 위한 회의 일정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잡혀 있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는 일정도 없다"며 "그러나 필요하면 언제든 면제할 수 있다"고 했다. 워낙 깜짝쇼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이어서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김영철을 만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 국무부도 김영철의 워싱턴 방문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이 금요일인 6월 1일도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김영철의 워싱턴 방문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김영철이 들고 온 친서 내용에도 워싱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내용에 따라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판가름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 등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공개서한을 보내며 "혹여라도 (정상회담에 관한) 마음이 바뀌면 망설이지 말고 편지를 써달라"고 한 만큼 이에 대한 공식 답변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하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고, 직접 만나 비핵화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포괄적 뜻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당시 북한 2인자였던 조명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김정일의 친서는 '북한과 미국이 직접 만나 대화로 의견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클린턴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한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측 협상이 순조로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김영철은 지난 29일 베이징에 도착해 30일 뉴욕으로 떠날 때까지 만 하루 동안 사실상 잠적했다. 미국 시선을 의식해 중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꼼짝하지 않았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미국행을 굳이 하루 미룬 뒤 베이징에서 1박을 택한 건 중국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가 외부의 눈길을 피해 어떤 형태로든 중국 측과 의사소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향후 미·북 협상에 관한 중국 측 의견을 들어보고 최대한 버틸 수 있는 방안을 구상했을 수도 있다.

백악관 내부의 강경파 입김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밤 테네시주(州) 내슈빌에서 열린 집회에서 갑자기 "존 볼턴(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어디 있느냐"며 "위대한 볼턴, 그들(사람들)은 볼턴이 너무 고약하고 거칠어서 내가 자제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잘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미·북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초강경파인 볼턴의 역할이 축소됐을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트럼프의 신임은 여전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31/20180531001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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