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격동의 시간']

이달 '맥스선더' 훈련 맹비난 이어 "훈련 계속하면 원점 돌릴것" 협박
탈북 종업원 북송까지 거듭 요구… 8·15 이산가족 상봉 볼모 삼는듯
 

북한이 29일 관영 매체를 통해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중단과, 2016년 집단 귀순한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의 북송(北送)을 재차 요구했다. 6월 1일 예정된 남북 고위급 회담을 3일 앞두고 우리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내놓으며 압박하는 모양새다.

앞서 북한은 한·미 연합 맥스선더 훈련을 문제 삼아 지난 16일 예정됐던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고, 이어 탈북 종업원 송환을 요구했었다. 지난 주말 전격적인 남북 정상회담에서 고위급 회담 개최를 다시 합의했지만, 북한이 이번엔도 한·미 훈련과 탈북 종업원 문제로 남북 관계에 장애를 조성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 안팎에선 "8·15를 계기로 추진 중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北, 한·미 훈련 이해한다더니…

이날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한·미 군 당국이 "연례적·방어적 차원의 UFG는 규모 축소 없이 진행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미국이 회담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상대를 힘으로 위협·공갈하는 놀음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를 자극하는 이러한 도발적 언동들은 대화 상대방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우롱"이라고 했다. 또 "조(북)·미가 현안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안고 대화를 향해 마주 가고 있는 때에 미국이 남조선과 함께 합동 군사 연습을 굳이 벌여야 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미국이) 핵 전략자산들을 끌어들이면서 합동 군사 연습을 벌여놓으면 모든 것이 다 원래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5일 우리 정부 대북 특사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미 연합 훈련과 관련, "4월에 예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은 이해한다"며 "한반도 정세가 안정기에 진입하면 한·미 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김정은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16일 맥스선더 훈련을 맹비난하며 남북 관계를 걸어 잠갔고, 이번엔 3개월 남은 UFG를 비난했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의 '이해한다'는 언급은 4월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에 국한된 것이었음이 확인됐다"며 "북한은 UFG 이후로도 한·미 연합 훈련이 진행되고 미국 전략자산이 전개될 때마다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함께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우리 여성 공민들의 송환 문제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겨레 앞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북한 종업원 12명의 북송 요구를 공식화했다. 앞서 27일에는 대남 선전 매체(우리민족끼리)를 통해 "강제 억류돼 있는 우리 여성 공민들은 지체없이 가족들의 품에 안겨야 한다"고 했다.

8월 이산 상봉 열릴 수 있나

전직 통일부 관리는 "이 같은 북한의 무리한 요구는 남북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특히 북한이 이들 문제를 남북 정상이 조건 없이 합의한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우선 UFG(8월 하순)는 이산가족 상봉과 시기가 겹친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UFG에 강력 반발하는 상황에서 일방적 시혜로 여기는 이산상봉 행사에 동의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북한은 또 2016년부터 "종업원 송환 없이는 이산 상봉도 없다"며 종업원 송환과 이산 상봉을 연계해 왔다. 1일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남북 정상은 5·26 회담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 외에 후속 군사 당국자 회담과 적십자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며 "남북이 1일 고위급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다룰 적십자 회담 개최 날짜에 합의할지가 관심사"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30/20180530001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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