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3층 서기실의 암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좌편향 정권들이 북한을 싸고도는 모양새를 보면 영락없이 '배 주고 속 빌어먹는 꼴'이다. 사근사근하고 즙 많은 배를 통째로 북한에 주고, 김(金)가들이 실컷 먹고 남긴 딱딱하고 서걱서걱한 속을 구차스럽게 얻어먹는 형국이 아닌가. 그 맛있고 시원한 배는 우리 국민의 고혈인데.

김정은이 저녁에 전화를 걸어 다음 날 만나자고 했는데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통치자로서의 모든 격식과 품위를 버리고 허겁지겁 달려나갔다. 그러나 아들뻘밖에 안 되는 젊은 독재자는 자기를 구원하러 달려온 후원자를 집 앞도 아니고 문 안에서 맞으니 이런 방자한 일이 있는가.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몇 달 전까지 우리나라를 궤멸시키겠다고 협박하던 살인마의 손을 부여잡고 반가워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김정일이, 북한이 서방 세계에 늘 써먹던 저질적 몸값 높이기 전술이 통하지 않자 즉각 문 대통령을 호출해서 대책을 의논한 것 같은데, 공개된 회담(이라기보다는 밀담) 시작과 끝의 영상을 보면 문 대통령은 북한 주민과 세계 평화를 위한 진실된 조언을 한 것같이 보이지 않고 오로지 김정은의 신상을 보호할 방도를 논의한 것 같은 의심이 든다.

김정은이 급박한 조언을 요청해 왔다면, 북한이 진정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 진정한 세계평화와 한반도의 안전이 없고, 따라서 북한의 존속과 발전도 있을 수 없음을 제대로 인식시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세계사적 사명이며 한국 대통령으로서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그것을 김정은이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다면 6월 12일의 미국·북한 대화는 무의미한 한바탕의 쇼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태영호 공사의 증언록 '3층 서기실의 암호'를 보면 김정일이 1992년 방북한 주중 이탈리아 대사 일행을 환대한답시고 야한 기쁨조 쇼를 보여주라고 지시해서 역겨움을 느낀 이탈리아 외교부 국장이 "나는 기생 파티가 익숙지 않아 이 자리가 좀 불편 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정일에게 '올릴' 보고서를 쓸 때는 물론 대사와 국장이 "조선의 예술 수준이 대단히 높다. 성악의 본고장인 이탈리아보다 훨씬 낫다"라고 말했다고 작성해 올렸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김정은을 구원할 수 있는 친구는 그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치켜세워주는 사람이 아니고 그가 피할 수 없는 진실을 말해주는 사람이 아닐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28/20180528034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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