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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용] 풍계리의 '깜깜이 폭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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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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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용 정치부 기자
안준용 정치부 기자

2013년 11월 주일(駐日) 한국 기자단 대표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을 찾았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2년 8개월이 된 시점이었다. 일본 정부가 "원전 내 핵연료 제거 준비 장면을 공개하겠다"며 각국 특파원단 20명을 초청했다.

원전 현장에 도착하기 무섭게 특수 내의와 방호모·방호복, 특수 양말 두 켤레와 장갑 세 개, 전면마스크가 제공됐다. 취재진은 각자 준비해온 휴대용 방사선 선량계도 들었다.

도쿄전력 관계자를 비롯한 원전 전문가들이 따라붙었다. 이들은 현장을 이동할 때마다 피해·복구 상황을 설명하고, 방사선량 수치를 알려줬다. 국제사회에 후쿠시마 원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원전 폐로(廢爐)를 안전하게 수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일본 관계자들은 "작업이 안전하다"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대신 "조심스럽지만 우리가 안전하게 만들 테니 지켜봐달라"고만 했다.

4년반 후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를 연 북한은 어땠을까. 각국 기자 30명을 부른 행사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르겠다고 했던 핵 전문가는 없었다. 기자들은 갱도 입구만 본 뒤 500m 떨어진 언덕에서 입구 폭파 장면만 확인했다. 북측은 "촬영이 준비됐느냐"고 묻고는 폭탄을 터뜨렸다. 현장 브리핑을 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의 성명 공개도 거부했다.

현장을 참관한 한국 기자는 "갱도 위에서 일어난 2차 폭발은 보여주기용 같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 없이 핵실험장 폐기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기자단이 폭파 장면을 목격했다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외신 기자들도 "우리는 거대한 폭발을 봤을 뿐"이라고 밝혔다.

기자단 입국시 방사선 선량계를 뺏은 북한은 핵실험장에서 안전모만 지급한 채 "방사능 오염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갱도 인근) 개울물을 마셔보라"고 권한 북측 관계자는 정작 본인은 입에 대지 않았다. 전문가가 없어 취재진 몸에서 측정된 방사선량을 두고도 혼선이 이어졌다.

북한은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기자단에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골랐다. 기자들이 탄 열차 내 모든 창문을 블라인드로 가렸다. 대신 10여개 코스 요리 식사로 관심을 돌렸다. 한 한국 기자는 "핵실험장까지 이동하는 도로 주변에 커튼 쳐진 가옥과 텃밭은 봤지만 주민은 못 봤다"고 전했다. 철저한 통제 속에 행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후 "투명성이 철저히 보장된 폐기였다"고 자평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결단이자 (비핵화를 위한)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검증해줄 사람이 전무(全無)한 이번 폭파가 진정한 '비핵화의 첫걸음'이라고 어느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28/20180528035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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