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격동의 시간']

"김정은, 자신들이 비핵화 할 경우 미국에서 적대 관계 종식하고 체제 안전 보장 해줄지 걱정해"
남북 고위급회담 내달 1일 열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6일 정상회담은 미·북 정상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 만들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 대통령은 27일 여러 번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고 했고, 북한 역시 관영 언론을 통해 김정은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밝혔다고 강조했다. 회담은 남북 정상 간에 이뤄졌지만, 메시지는 주로 미·북 회담 취소 카드를 꺼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문 대통령 옆으로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뉴시스
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과 청와대 발표의 핵심은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다시' '여러 번' '분명히' 밝혔고, 한국 정부가 이를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 이어 다시 한 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를 할 경우 미국에서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흡한 비핵화 의지보다는 체제 보장에 대한 불신(不信)이 현재 미·북 회담의 장애물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김정은이 미국이 요구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약속했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CVID 의지 표명을 묻는 질문에 "그에 대해선 여러 번 밝혔기 때문에 추가적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비핵화에 대한 뜻이 같더라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는 북·미 간에 협의할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앞질러서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북한도 남북 정상회담을 보도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직접 소통을 강조했다.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 할 의제에 대해 실무 협상으로 충분한 사전 대화가 필요하다"며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릴지는 북·미 간의 실무 협상에 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 사이 '중재자' 역할을 다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적대 관계를 확실히 종식시킬 뿐 아니라 경제적 번영까지 도울 뜻이 있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의 '트럼프 타워' 구상을 밝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비핵화나 미·북 정상회담 문제와는 달리 남북 관계 문제에선 구체적 합의가 있었다. 북한이 한·미 연합 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트집 잡아 일방 취소했던 남북 고위급 회담은 6월 1일 열기로 했다. 남북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논의를 위한 적십자 회담도 조만간 개최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에서 맥스선더 훈련이 종료되는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남북 대화가 재개될 것임을 시사했었다.

문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발표문의 후반부는 구체적 합의보다는 남북 관계에 대한 수사(修辭·레토릭)에 할애됐다. 문 대통령은 "산의 정상이 보일 때부터 한 걸음 한 걸음이 더 힘들어진다" "또 하나의 시작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28/20180528001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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