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격동의 시간']

23일 韓美회담서 美北 이상기류 감지, 北에 "우리가 중재하겠다"
24일 北은 최선희 통해 또 美 비난, 트럼프가 회담 취소하자 당황
25일 北 김영철, 판문점서 서훈 국정원장 만나 남북정상회담 제안
 

'4·27 남북 정상회담' 당시 우리 측 실무회담 수석대표였던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이 문재인 대통령 방미(訪美) 기간 평양을 비밀리에 방문해 북한 고위급과 면담했던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또 서훈 국정원장은 지난 25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을 방문해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비공개 회동(會同)하고 김정은의 '2차 남북 정상회담' 제안을 접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한·미 연합 훈련 실시와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CVID)' 기조 등에 반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밤 '미·북 정상회담 취소'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이에 당황한 김정은이 '국정원-통전부' 라인을 통해 미국 측에 회담 재추진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김상균 평양 방문해 "북·미 중재하겠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상균 국정원 2차장을 포함한 국정원 요원 3명은 지난 23일 평양을 방문해 북측과 비공식 면담을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 비행기를 탄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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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한 지역에 있는 통일각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웃으면서 밖으로 나오고 있다. 남북 정상 양옆으로 북한군 의장대가 도열해 있다. /청와대

앞서 북한은 한·미 연합 공중 훈련인 '맥스선더' 등을 문제 삼아 지난 16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고, 이후 공식 대화 채널이 닫힌 상태였다. 북한은 거듭된 성명을 통해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며 미국을 비판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던 상황이었다. 김 차장은 북측에 한·미 정상회담 결과 등을 전하며 "북·미가 입장 차가 큰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양쪽을 중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미·북 간 기류가 여의치 않다고 보고 국정원 대북 라인이 직접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도 23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25일 이후 남북 관계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북한은 김 차장의 방북 다음 날인 24일에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명의 성명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비판 발언을 이어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회담을 취소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국정원은 "정보기관장의 동선은 사실 여부를 떠나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비공개 2차 정상회담도 서훈 통해 성사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발표에 적잖이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직후 북한 당국은 국정원 라인을 통해 '회담 재추진 의사'가 있다는 뜻을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발표 다음 날인 지난 25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김영철을 만난 뒤 김정은의 2차 남북 정상회담 제안을 접수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남북 간)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과 남북 관계에 대한 후속 조치 방안 협의가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북측이 '김 위원장의 구상'이라고 하면서 격의 없는 소통을 갖는 방안을 제시해 왔다"고 밝혔다. 서 원장으로부터 이를 전달받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참모들은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과의 만남을 건의했다. 남북은 25일 밤부터 26일 오전까지 실무 준비를 했고, 26일 오후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북 실무진이 통화를 통해서 협의하는 것보다 직접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했다. 급작스럽게 진행됐지만, 기존 대화라인이 풀가동된 덕 분에 조속한 회담이 가능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서 원장과 김영철은 지난 4·27회담 때처럼 지난 26일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양 정상 옆에 배석했다. 외교 소식통은 "서 원장과 김영철이 남북 대화의 실질 책임자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했다.

국정원과 통전부 간 '서훈-김영철' 채널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미·북 대화의 창구 역할을 해 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28/20180528001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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