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격동의 시간']

1차 정상회담때 9명 대동했던 김정은, 김영철·김여정만 데리고 나와
김정은 "제대로 못 모셔 미안"… 文대통령 "깜짝 만남, 새 시대 의미"
시진핑과 악수만 했던 김정은, 文대통령과 고개 세 번 교차하며 포옹
 

5·26 남북 정상회담은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됐다. 과거 3차례 정상회담과 달리 사전 공개되지 않았고, 오·만찬 등 통상적인 행사·의전도 생략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긴급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좋은 자리에서 맞이해야 되는데 장소도 이렇고, 제대로 모셔야 되는데 잘 못 해 드려서 미안한 마음이다. 가을 초에 평양으로 오시면 대통령 내외분을 성대하게 맞이하겠다"고 했다

◇극도의 보안…JSA 부대에도 당일 통보

문 대통령은 통일각으로 이동할 때 은색 벤츠 의전 차량을 이용했다. 이 차는 김정숙 여사가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판문점행(行)을 숨기기 위해 평소 사용하는 검은색 벤츠 대신 은색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수행원과 경호 인력도 최소한으로 제한됐다. 우리 정부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극소수 인사만 개최 사실을 사전에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 경비를 담당하는 JSA 경비대대에도 회담 당일 오전에야 공지가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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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행 숨기려 검은색 대신 은색車 이용 - 문재인(왼쪽) 대통령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 도착해서 김여정(오른쪽)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했다. /청와대

청와대는 26일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지 2시간 50분 지난 오후 7시 50분쯤 회담 개최 사실만 공개하고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27일 오전 10시 문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다. 그 이유에 대해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제대로 못 모셔 미안"

"우리 김정은 위원장님은 한국에서도 아주 인기가 높아졌고…."(문 대통령)

"(문 대통령이) 북쪽을 찾아왔는데 처음이 아니죠. 4·27 때도 명장면 중 하나가 10초 동안 깜짝 넘어온 것이었는데…."(김정은)

이날 정상회담은 두 정상의 덕담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4·27 정상회담과 달리 환영행사, 오·만찬은 없었고 공동성명 또는 보도문도 나오지 않았다. 4·27 때 당·정·군 고위인사 9명을 공식 수행원으로 대동했던 김정은은 이번에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과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 등 2명만 데리고 판문각에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김정은과 왼쪽·오른쪽·왼쪽으로 고개를 세 번 교차하며 포옹하고 있다(맨 위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김정은과 왼쪽·오른쪽·왼쪽으로 고개를 세 번 교차하며 포옹하고 있다(맨 위 사진). 지난 2010년 김정일도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같은 방식으로 인사했다(아래). 반면 김정은은 3월 27일 시진핑 주석을 만나서는 악수만 했다(가운데). /청와대·노동신문·AP연합뉴스

김정은이 '미안한 마음'이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해서 제대로 대접받는 것도 의미 있지만, 남북 정상이 이렇게 쉽게 깜짝 판문점에서 만났다는 것도 남북 간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김여정, 文대통령 영접

이날 차를 타고 통일각 앞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여정의 영접을 받았다. 김여정은 밝은 표정으로 악수만 하고 고개나 허리를 숙이진 않았다. 지난 2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했다. 김여정은 지난 7~8일 다롄(大連)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악수했을 때는 2~3차례 허리를 90도 굽혔다.

김정은은 회담을 마치고 헤어지기 직전 문 대통령과 힘차게 포옹했다. 왼쪽-오른쪽-왼쪽으로 고개 를 교차하며 3차례 끌어안는 이른바 '공산당 스타일'이었다. 김일성·김정일은 중국 지도층과 만나면 이런 식으로 포옹하곤 했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사회주의권에서 주로 나누는 방식으로 문 대통령과 포옹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회담 결과가 만족스러운 것 같다"고 했다. 김정은은 올해 두 차례 방중 때는 시진핑 주석과 악수만 하고 포옹은 하지 않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28/20180528001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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