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기자와 인터뷰… "北은 종교 중 기독교를 가장 두려워해
김정일, 교황 초청해 선전하려다 '진짜 신자' 신앙에 놀라 취소"
 

평양 봉수교회 예배 모습. 태영호씨는 “처음엔 강제로 출석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진짜 신앙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평양 봉수교회 예배 모습. 태영호씨는 “처음엔 강제로 출석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진짜 신앙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새에덴교회

"가짜 교회를 만들었더니 진짜 신자가 생겼다."

출간 열흘 만에 5만부가 팔려나간 태영호 전 공사의 '3층 서기실의 암호'(기파랑)엔 북한 종교에 관한 놀라운 증언도 등장한다.

1980년대 후반 북한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선전하려고 평양에 봉수교회와 장충성당을 지었다. 신앙이 전혀 없는 '진짜 빨갱이들'로 신자석을 강제로 채웠다. 시간이 흐르며 변화가 생겼다. 설교 듣고, 찬송 부르면서 '진짜 신자'가 되어갔다. 예배당 밖에서 찬송 들으며 채보(採譜)하는 음대생, 예배 시간에 근처를 배회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책에는 199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북을 추진한 일화도 나온다. 사회주의 몰락 후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카드로 교황 초청을 추진했다. 교황청이 '진짜 신자를 데려오라'고 하자, 북한은 대대적으로 조사해 6·25전쟁 이전 신자였던 할머니를 찾았다. 완강히 부인하던 할머니는 결국 뒷담에 만든 예배단을 보여주며 "한번 마음속에 들어오신 하느님은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할머니 이야기를 보고받은 김정일은 교황 초청 계획을 접고, 교회·성당 건립 계획도 백지화했다. 지난 16일 태 전 공사를 만나 북한의 생생한 종교 현황을 들었다.

―북한이 종교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의 핵심은 뭔가?

"북한은 정통 공산주의와는 다른 특이한 국가다. 유럽에선 종교를 탄압은 해도 말살하진 않았다. 교회당도 그대로 남았다. 북한은 전쟁 후 교회당을 다 부수고 '미국 비행기가 폭격했다'고 했다. 대신 수령을 하나님처럼 종교화했다. 헌법엔 종교의 자유를 적어놓고 노동당 규약엔 '오직 김일성·김정일 사상만 있다'고 부인한다."

―'가짜 교회를 만들었더니 진짜 신자가 생겼다'는 증언은 충격적이다.

"한국 목사님들이 늘 묻는 게 '북한 신자가 진짜냐 가짜냐'이다. 겉보기엔 가짜 신자로 보이지만 내면은 진짜 신자다. 한때 북한 관변 조직인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인사들이 남한 목사들에게 '교회를 많이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한데 진짜 신자가 생기는 것을 알고 나서 중단시켰다."

―'수령님을 하나님으로만 바꾸면 그대로 기독교가 된다'고 말하는 탈북자들이 있다.

"기독교 예배와 북한의 정치 집회는 방식이 비슷하다. 처음에 노래 부르고, 말씀을 듣는다. 예배에선 설교를 하지만 북한에선 김일성·김정일 말씀을 듣는다. 다음이 참회. 북한 용어로는 '생활 총화'다."

―북한 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종교는 뭔가?

"기독교(개신교)다. 김일성이 기독교 집안 출신이라 기독교 속성을 너무도 잘 안다. 기독교를 그대로 두면 권력 세습을 이어갈 수 없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남북 교류가 활성화될 때에 대비해 한국 종교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김정은은 선(先)관광, 후(後)경제로 갈 것이다. 개성공단처럼 외부와 단절된 구역을 만들 것이다. 그럴 때 '남한 사람, 외국 사람을 위한 교회'를 요구해야 한다. 관광객이나 공단 근무자들이 예배를 드려야 하고 그래야 국제적 신뢰를 얻을 수 있 다는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작은 건물이라도 십자가가 세워진 모습을 보면 교인들 마음에 다시 하나님이 살아날 것이다."

―남한에 와서 본 종교계는 어떤가?

"어제도 교회에서 강연했다. 한국 기독교는 통일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탈북자들을 보살피고 한국으로 올 수 있게 돕는 것도 대부분 목사다. 한국식 '쉰들러 운동'을 벌여야 한다. 저도 기꺼이 함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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