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한 데 대해 미국 정치권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잘한 결정’이란 쪽에서는 회담 취소에 대한 책임은 비핵화 의지가 없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있다고 봤다. 반면, 애초에 준비 없이 회담을 추진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으며 “취소하는 것보단 대화를 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2018년 5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EPA 연합뉴스

◇ 일부 상·하원 “트럼프 대통령, 옳은 결정했다”

이날 미국의 소리(VOA) 등에 따르면,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옳은 결정을 했다”며 “이번 회담이 비핵화에 대한 회담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 명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회담 개최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번에는 트럼프의 결정을 치켜세웠다. 그는 김 위원장을 “잔인한 폭군이자 상습적인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며 “북한이 외교를 원한다면 비핵화에 대한 반쪽짜리 해법과 의견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한다”고 했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번 회담 취소를 “훌륭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오랜 세월 협상에는 응하지 않고 양보만 요구해왔다”며 “과거 정부들은 이 전략에 속아 넘어갔지만 트럼프 대통령 만큼은 김정은의 사기행각을 제대로 볼 것을 권한다”고 했다.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100% 옳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거래를 원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그(김 위원장)는 지난 2주 동안 의도적으로 회담을 망쳐놓고는 우리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주장했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 /로이터 연합뉴스
◇ “취소보다는 대화하는 게 나아…준비 못한 트럼프 대통령 책임”

반면, 회담이 취소된 데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벤 카딘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하자 “난감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미·북간 대화의 필요성을 뒤집을 만한 어떠한 요소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에릭 스월웰 공화당 의원은 이날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회담을 취소하는 것보다 대화를 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호전적인 말싸움’ 국면으로 되돌아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번 회담 취소에 대한 책임이 준비 없이 회담을 진행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번 회담은 준비가 필요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며 “그래서 지금 회담에서 물러나려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한 일이 북한에 큰 승리를 안겨주는 일이 됐다는 독특한 분석도 나왔다. 펠로시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하며 북한에 취소문을 쓴 이후 “김정은은 큰 승리자가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취소문을 쓴 것이 양국 대표가 서로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번 일로 김 위원장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펠로시 의원은 해석했다.
 
2018년 5월 24일 밥 코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미 의회 건물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대북 최대압박 유지하면서 다음 대화 기회 엿봐야”

계속해서 북한과의 대화 기회를 엿보면서 대북 최대 압박 캠페인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에드 로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북한과의 대화할) 기회를 엿보면서 외교적, 경제적 최대 압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원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밥 코커 공화당 상원의원도 “회담 개최는 아직 시기에 이르지 못했을 뿐”이라며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어 “ 각국과 협력해 북한의 행동을 멈추기 위한 압박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회담을 앞두고 다수가 미·북 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엄청난 볼거리’로 끝나는 것을 우려했다”며 “다시 회담이 열린다면 미국은 미국의 강한 힘을 보여줘야 할 것이며, 북한의 구체적이고, 검증할 수 있는 비핵화를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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