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다음 달 12일로 예정됐던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밝히자 일본 언론은 이 소식을 일제히 1면 톱기사로 다루며 비중있게 보도했다.
 
2018년 5월 25일 조간에 미·북 정상회담 취소 소식을 보도한 일본 주요 신문. 일본 주요 일간지들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소식을 일제히 1면 톱기사로 다뤘다. / 연합뉴스

아사히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잇단 공격에 분노를 숨기지 않고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당일에 회담 취소를 통보했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위기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16일 개인 명의 담화를 통해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공격한 데 이어 2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가리켜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맹비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아사히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 시절 ‘배신’ 행위를 한 상대에 대해서는 ‘나를 이렇게 대한 녀석은 죽은 것과 같다’고 공격한 바 있다”며 “북한이 미국에서 요구하는 즉각적이고 완전한 비핵화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아사히는 미·북 간 군사적 갈등 고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아사히는 “대화 노선이 좌절된 지금, 압박 노선과 군사적 조치는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 ‘우리의 핵 능력은 크고 막강하다. 써야할 때가 오지 않도록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다’고 적었다”고 짚었다.
 
북한은 2018년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2번 갱도 폭파 후 옆 관측소 건물이 폭파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진공동취재단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미·일 전문가를 인용해 앞으로의 미·북 정상회담 개최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는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긴밀히 할 수 있다”며 “일단 중단하겠다고 밝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도 재개할 수 있다”고 했다.

NHK는 북한이 전날 비핵화 의지를 보이기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는 점을 들어 “미국 측으로부터 체제 보장과 군사적 위협의 해소를 끌어내기 위해 여기까지 흥정을 해온 북한의 향방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NHK는 일본 외무성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의 입장도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NHK에 “일본 정부는 미·북 정상회담 개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비핵화 등으로 이어질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이해를 표명하고 한·미·일 3국은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력해 북한 대응을 검토해나갈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트럼프 정권의 회담 중단은 북한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원래 회담을 요청한 측은 북한이며 회담이 성사되면 김정은은 이를 자신의 ‘역사적 위업’으로 선전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5월 25일 자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북 정상회담 취소 발표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산케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앞으로 행보에도 주목했다. 산케이는 이날 ‘중재자의 면모를 잃은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미·북 정상회담으로 연결해 미·북 간 ‘중재자’ 역할을 도맡아온 문 대통령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올해 북한 문제에 많은 힘을 쏟은 문 정권이지만 국내 경제 등 그 외의 현실적인 과제는 거의 해결되지 않았다. 미·북 정상회담의 중단과 향후 예상되는 한반도 정세의 긴박화로 꿈이 부서진 문 대통령은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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