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 공사가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직을 23일 사퇴했다. 연구원 측은 태 전 공사가 "100% 자발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최근 북한 정권의 실상을 전하는 책을 펴낸 후 북으로부터 '인간쓰레기'라는 공격을 받았다. 북은 남북회담을 무산시키는 이유 중의 하나로 이를 들었다. 북의 요구라면 들어주고 있는 정부가 태 전 공사에 대해 어떤 입장일지는 물어보나 마나일 것이다. 민주당은 "태 전 공사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 깨기가 목표인가"라고 비난했다. 이것이 현 정부의 속마음 그대로일 것이다.

2016년 망명한 태 전 공사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정권의 내부 동향에 대해 귀중한 정보를 우리 국민에게 알려왔다. 그의 예측대 로 북은 2017년까지는 핵과 미사일로 한반도 위험 지수를 한껏 높인 후 올해부터 급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입장에서 눈엣가시 같은 사람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으나 어떻게 한국에서도 그런 처지에 놓일 수 있나. 목숨을 걸고 김씨 왕조 체제에서 탈출해 자유 대한민국으로 왔더니 여기까지 김정은의 그림자가 드리워 온다면 우리는 대체 어떤 사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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