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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완전한 북핵 폐기는 환상…핵 군축으로 갈 가능성 커"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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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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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충분한 비핵화’로 가게될 것”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북한전문가 초청강연에서 심재철 국회부의장 등 참석자들과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14일 “향후 북한 비핵화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SVID’(suffici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 충분한 비핵화), 핵 위협을 감소시키는 핵 군축으로 갈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세미나와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 출간 기자회견에서 “북미정상회담에서 ‘진정한 핵 폐기’에 기초한 합의가 나오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아울러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 보장’은 김일성 일가의 세습통치가 영원히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핵 폐기 과정이 북한의 절대권력 구조를 허무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CVID를 하려면 사찰단의 무작위 접근이 허용돼야 한다”면서 “북한에게 이는 절대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꼽았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교도소와 같은 공간이 아니다. 서울시 강북구의 2배 정도 되는 공간에 수많은 사람을 통제하고 있다”며 “미국 등이 이 곳에 핵무기 등이 있을 수 있으니 사찰해야 한다고 하면, 북한이 과연 허용하겠느냐. 이를 허용한다면 반인륜적 범죄 행위가 다 드러나기 때문에 북한은 절대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완전한 북핵폐기는 ‘환상’”이라며 “북핵을 완전히 폐기하려면 군사적 옵션이나 국가적 경제 제재를 밀어붙이는 방법 밖에는 없다. 현실적으로 둘 다 어렵기 때문에 남은 선택지는 ‘핵 있는 평화’, 핵 있는 북한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점점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의 핵심 보좌 기관은 ‘3층 서기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북한전문가 초청강연에 참석해 참석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태 전 공사는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보좌하는 핵심 기관은 당 중앙위원회나 조직지도부가 아닌 ‘3층 서기실’이라고 했다. 서기실은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비서실’이 된다. ‘3층’이라는 표현은 3층으로 만들어진 노동당 본관 건물을 모두 사용하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태 전 공사는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에서는 최고 통치자를 수령으로 해 신으로 받들고 있다. 이러한 체제가 운영되기 위해선 최고지도자가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기관이 바로 3층 서기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3층 서기실은 남한으로 치면 청와대 비서실”이라며 “서기실 규모나 소속 인물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현재 이곳의 최고 책임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함께 방남한 김창선 비서실장”이라고 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회고록 ‘3층 서기실의 암호’. /기파랑 제공
다음은 이날 태 전 공사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북핵 폐기 단계를 밟아가고,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이 강조하고 있는데, 북핵 폐기를 어떻게 전망하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은 ‘체제가 보장되고 군사적 위협이 제거되면 핵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체제 안전 보장이다. 김정은이 말하는 체제 보장은 권력 세습 통치 구조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우리와 미국이 말하는 북한 비핵화는 CVID인데, 이를 쉽게 말하면 강제 핵 사찰이다. 문제는 수령이 최고인 북한 체제에서 가고 싶은 곳을 무작위로 방문한다는 것은 수령 절대 체제를 허물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우리가 생각하는 CVID는 김정은이 생각하는 핵폐기 방법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완전한 핵폐기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섣불리 예단할 순 없지만 CVID가 아닌 SVID로 가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 종착점은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포장된 핵 있는 평화일 것이다.”

-김정은이 체제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데, 차후 국제 사회에선 북한 인권 관련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보장이 가능할까?

“북한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원한다면 레짐 체인지(체제 교체)를 통해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군사적 압박과 경제 제재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미국이나 한국 정부는 북핵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 지금의 평화(분위기)를 깨는 것을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말하는 평화란 무엇인가?

“남과 북이 얘기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의미가 다르다. 책에서도 다뤘지만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직후 중국의 리자오싱은 강석주를 만나 “김일성 주석은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전략적인 방침을 말했다. 그런데 너희가 핵실험을 하면서 이 방침을 어겼다”고 했다. 이에 강석주는 “중국당은 조선반도 비핵화의 의미도 모르느냐. 조선반도 비핵화란 우리만의 비핵화가 아니라 남조선까지 포함한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뜻한다”고 맞받아쳤다. 북한이 말한 조선반도 비핵화란 모든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수, 미국의 핵자산 한반도 내 전개 중단, 그리고 한반도에 대한 핵 불사용 담보 선언이었다. 미국의 전략 핵 기조에 한반도에 대한 핵 불사용 담보가 돼있지 않으니 우리는 핵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판문점 선언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가 아니라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돼 있다. 이는 북핵 폐기와 다른 개념이다.”

-이번에 출간한 책의 집필 기간은 얼마나 되나. 집필 과정에서 신변에 위협을 느낀 적은 없었나?

“작년 12월 말부터 쓰기 시작했다. 김정은의 핵·ICBM 완성 선언을 보면서 평화공세로 나올 것이라고 봤다. 12월부터 쓰기 시작해 2월 말에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다. 책을 쓰면서 신변 위협을 받은 적은 없다.”

-북한 당국이 이 책을 보면 어떻게 반응할 거라고 생각하나?

“대단히 격노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책에서 다룬 3층 서기실과 국무위원회는 어떤 관계인가?

“3층 서기실은 말 그대로 서기, 한국 말로는 비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3층 서기실에 일하는 이들은 김정은 한 사람의 사업을 보장하는 일이다. 김정은에게 보고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처럼 정책에 개입하는 컨트롤타워와 같은 역할을 생각하면 안 된다.”

-지난번 방남한 김창선은 비서실장으로도 알려졌다. 3층 서기실장과 비서실장은 어떻게 다른가.

“비서실장은 정책 수립 및 개입 권한이 없다. 있는 현상 그대로 김정은에게 보고하는 게 역할이다. 실례로 김창선은 평창올림픽 개막식 때 김영남과 함께 내려왔다. 당시 김영남과 남측 인원들과의 면담 내용을 김정은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인물이 김창선이다. 김창선은 개입은 하지 않지만 보고 듣고 느낀 그대로를 김정은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3층 서기실의 규모는 얼마나 되나? 일전에 김홍걸 민화협 위원장이 ‘김정은을 보좌하는 젊은 엘리트 그룹’을 언급한 바 있다. 3층 서기실이 바로 이 조직이라고 볼 수 있을까?

“3층 서기실에서 일하는 사람은 외무성에서 근무하다 들어간 몇 명밖에 모른다. 내가 만난 3층 서기실 사람은 5명 안팎이다. 외교·정치·군사·경제 등 각 분야에서 엘리트라 하는 사람은 모두 3층 서기실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누가 들어가 있는지는 극비 사항이다. 다른 부서에서 일하다가도 찾아와 ‘내일부터 옮긴다’고 하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이동한다. 가족까지 함께 들어가 그 지역에서 일한다. 이 정도로 노출이 되지 않는다.”

-3층 서기실과 조직지도부 역할이 어떻게 다른가?

“북한은 수령을 신적인 존재로 만들어야 하는 곳이다. 조직의 역할이 부각돼서도 안된다 .이 때문에 서기실은 베일에 싸여 있다. 조직지도부가 북한에서 제기되는 모든 사안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건 맞다. 만약 김정은이 외무성에 지시를 해서 북미회담 계획을 보고하라고 하면, 외무성은 보고 내용을 3층 서기실에 전한다. 조직지도부는 이 보고 내용을 알지 못한다. 알려고 해서도 안된다. 일부 사람들은 3층 서기실이 최고 권력기관인가라는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3층 서기실을 또 감시하는 곳이 있다. 그게 바로 본부당이다. 예전 본부당의 최고 관리자가 이제강 책임 비서였다. 당시 이제강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지만 한국에선 실세로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 내 권력 서열은 ‘간부권’(인사권), ‘책벌권’(처벌권), ‘표창권’(포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김영남이나 박봉주 총리를 북한 서열 몇위라고 하는데 이들은 이러한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4·27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크게 웃고 있다. /한국 사진 공동취재단
-김정은과 김정일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정은은 김정일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 김정은이 최고지도자에 오른 후 핵개발 등 모든게 속도전으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쇼맨십도 다르다. 김정일이었다면 남북정상회담을 생중계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위스에서 자란 김정은은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에 숙련돼 있다. 언론에 대한 거부감도 없다. 남북정상회담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선 김정은을 악마로 평가했는데, 김정은의 쇼맨십으로 상당히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하면서, 일본 언론은 제외했다. 의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북한은 외부 세계와 회담을 할 때 각개격파 전술을 쓴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CVID를 강력하게 말하는 나라는 일본 외엔 없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CVID를 계속 강조하는 인물은 아베 총리 뿐이다. 일본이 CVID를 계속 강조하고 있는 점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일본 대신 영국이 포함됐다. 영국에 계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김정은은 현재 비핵화 과정을 핵보유국의 위치에서 하려고 한다. 그래서 핵보유국을 위주로 초청한 것이다. 남한이야, 핵보유국이 아니지만 뺄 수는 없었고. 북한이 영국을 그동안 어떻게 활용해 왔는지는 책에서 기술했다. 미국은 국제 무대에서 일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명분을 위해 동맹국의 동의를 구했다. 리비아 공습 때도 그렇고, 영국이 북을 쳐주는 역할을 했다. 북한은 향후 비핵화 과정에서도 영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치려고 했을 때, 영국이 ‘No’ 한다면 미국은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철과 태 전 공사./‘3층 서기실의 암호’ 中
-책에서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과의 경험을 썼다. 김정철이란 인물을 어떻게 보나? 김정남처럼 암살되거나, 김여정처럼 역할을 할 순 없을까?

“김정철은 북한에서는 모르고 있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북한은 유교 문화가 강하다. 김정철이 만약 동생이었다면 김여정처럼 역할을 할 수 있었겠지만, 문제는 그가 형이라는 것이다. 형이 동생을 옆에서 보좌한다는 건 유교적 관념과 맞지 않다. 북한 주민들은 당연히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김정철의 존재는 북한에서 영원히 베일에 가려질 것이다. 난 김정철과 같이 다니면서 김정철이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목격했다.”

-남북 철도 연결과 관련해서 동해안에 있는 부대를 옮기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고 책에서 썼다.

“불가능이 아니라 그 비용을 한국이 내지 않는다면.”
(※태 전 공사는 책에서 “‘떠먹여 줘도 못 먹는’ 북한 체제의 한계 때문에 한반도 종단철도 건설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러시아는 건설 의지가 확실했고, 한국은 언제라도 지원할 의사가 있었다. … 문제는 북한의 동해안 방어부대 대부분이 철도를 따라 배치돼 있다는 점이었다. 한반도 종단철도가 건설되어 철도 현대화가 진행되면 대대적인 부대 이전이 불가피했다. 북한 군부는 6·25전쟁에서 전세가 역전된 원인을 인천상륙작전 때문이라고 보고 수십 년에 걸쳐 동해안 철도를 따라 방대한 해안방어선을 구축했다. 철도 현대화 사업이 벌어지면 해안방어선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 북한 군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스스로 생존을 유지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부대 이전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개성 공단 건설 때도 군부는 새로운 주둔지를 마련하기 위해 엄청난 고생을 했다. 군부는 당연히 한반도 종단철도 건설과 부대 이전을 반대했다”고 썼다.)

-책에 김정은이 개성공단과 같은 곳을 14개를 더 만들자고 하는 부분이 나온다. 김정은이 개성공단 모델의 개혁 개방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앞서 말했지만 북한 체제의 핵심은 수령무오류원칙이다. 이 원칙이 유지되려면 외부정보접근을 차단하고 주민의 자유로운 이동을 금지해야 한다. 북한이 지난 70년 동안 무너지지 않고 서 있을 수 있는 근간이기도 하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운영하며 많은 것을 학습했다. 한국과의 제한된 접촉과 교류로 외부 정보 접근을 막았으며, 주민들의 자유로운 이동도 막았다. 가장 중요한 게 정치조직 기능 회복이다. 한국 기업과 북한 주민들이 얘기를 하다보면 민중 봉기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개성공업지구만큼 정치 조직이 잘 운영되는 곳이 없다. 왜냐면 여기서 나가게 되면 소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 계속 남기 위해서 조직 활동도 적극 나선다.”

-북한에서 김정은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는가?

“김정은이 계속 이모부와 이복형을 처형하며 공포 정치를 했는데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공포 정치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포정치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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