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각) 미국이 원하는 ‘특정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6월 12일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 밝히면서 이 조건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건의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백악관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다. 양측 실무 협상에서 비핵화 방법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전 기자들과 문답 중 “정상회담 준비는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며 조건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특정 조건들이 있고 우리가 이 조건들을 얻어낼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 북한과 세계를 위해 좋은 정상회담이 될 기회가 있다”며 “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나중에 열릴 수도 있다. 다른 시기에 열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회담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로 일정이 정해져 있는데, 열릴지 안 열릴지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도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5월 22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악관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말한 조건이란 게 뭔가’라는 질문엔 “말하지 않겠다”면서 “하지만 지금 진행 중인 것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대로) 될 가능성이 있지만, 잘 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며 “시간을 많이 낭비하고 싶지 않다. 김정은도 많은 시간을 낭비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대로) 잘 안 될 가능성도 크지만 괜찮다. 이번에 안 된다고 해서 나중에도 잘 안 될 거란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6월 12일까지는 잘 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중 이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어진 정례 브리핑에서 말을 아끼며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필수적이란 점을 시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미·북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뭔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보길 원한다고 밝힌 것이며 이는 바뀌지 않았다”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핵화는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 한꺼번에 이뤄질 것인가’란 질문에 “비핵화가 어떻게 이뤄질지 매우 강력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며 “(비핵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미국 내에서는 미·북 정상회담을 꼭 할 필요가 있는지 회의론이 큰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김정은 정권 체제 보장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브리핑 중 ‘미국이 왜 인권을 유린하고 미국인 대학생(오토 웜비어 지칭)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독재자의 안전을 보장하나’란 질문이 나왔으나, 샌더스 대변인은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 대화의 목표와 목적은 한반도의 완전하고 전면적인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라고만 답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018년 5월 22일 국무부 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며 “미국은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를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을 밝힌 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논의될 내용에 관한 공동의 이해를 확인하기 위해 작업 중이지만, 나는 낙관적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 주요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지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평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정상회담에서 발을 빼는 것인지, 북한을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발언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공동 전략을 조율했어야 하는데 그보다는 북한의 정상회담 취소 협박 이후 위기 대응 시간이 돼 버렸다”고 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둘러싼 홈이 메워지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연기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북한을 견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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