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북한 비핵화는 일괄 타결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합의하면 김정은의 체제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전 기자들과 문답 중 ‘비핵화가 일괄 타결될 것인지, 중간에 보상을 주는 단계적 방식이 될 것인지’ 질문이 나오자 “일괄 타결이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 이상 말하진 않겠다”거나 “꼭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싶진 않다”고 하면서도 “일괄 타결로 된다면 확실히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비핵화를 단계별로 쪼개 각 조치마다 보상을 받아내는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핵을 완전 폐기한 후 보상을 주는 ‘일괄 타결식’ 해결을 원칙으로 정해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리적 이유들 때문에 (조금 시간이 더 걸려서) 짧은 기간에 걸쳐 이뤄질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일괄 타결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5월 22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백악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비핵화에 관해 진지하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하기로 결정하면 김정은이 원하는 체제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과 김정은이 CVID를 결정하면 체제 안전을 보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김정은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처음부터 이 부분을 이야기했다”며 “김정은은 안전할 것이고 행복할 것이다. 그의 나라는 부유해질 것이다. 그의 나라는 열심히 일하고 번영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이후 한국의 경제 성장과 그 과정에서 미국이 준 경제적 지원을 거론하며 “(한국과 북한은) 같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한국과 같은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현재 환경에서는 좋은 나라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북한은 좋은 나라가 될 기회를 갖고 있고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그렇게 하길 원하는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김정은은 행복해질 수 없다”며 “(김정은이 기회를 잡아) 그가 앞으로 25년, 50년 후 되돌아보면 자신이 북한과 세계를 위해 한 일에 매우 자랑스러워질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 일본이 기꺼이 북한을 도울 것이고 북한을 좋은 곳으로 만드는 걸 돕는 데 매우 큰 돈을 투자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5월 22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악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직접 이야기를 했나’라는 질문엔 “그건 말하고 싶지 않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김정은을 신뢰하나’라는 질문에도 그는 “그 얘기를 할 이유가 없다”며 “짧은 기간 북한을 대했는데 좋은 경험이었다고만 말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세 명의 인질(미국인 억류자)을 석방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비록 짧은 기간에 대해 말하는 것이지만, (북한과의) 관계가 잘 이뤄지는 것 같다. 얼마나 오래 관계가 괜찮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6월 12일로 예 정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을 밝혔다. 미국이 원하는 특정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조건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언젠가는 통일이 이뤄질 거라 보나’라는 질문엔 “남북이 함께 할지는 두 나라가 결정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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