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쇼에 한국 기자단을 배제했다. 한국을 제외한 미·중·영·러 4개국 외신 기자단은 22일 오전 베이징 공항에서 고려항공 전세기를 타고 원산으로 떠났다. 한국 언론의 풍계리 취재는 김정은 위원장이 4·27 정상회담 때 직접 약속한 것이다. 당시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핵실험장을 5월 중 폐쇄하고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초청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외국 전문가도, 한국 언론도 부르지 않았다. 자기 약속을 엎는 데 걸린 시간은 3주였다.

최근 북은 '판문점 선언'을 연달아 위반하고 있다. 고위급 회담 개최를 합의해놓고 지난 16일 회담 개시 10시간 전에 무기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미 진행 중이던 한·미 연례 공중 훈련과 태영호 전 공사 발언 등을 트집 잡았다. 그러나 한·미 훈련은 지난 3월 김정은이 정상회담 합의차 방북(訪北)한 한국 특사단에 '예년 수준이라면 이해한다'고 했던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을 자극할까 봐 B-52 폭격기가 오는 것까지 막았다. 그런데도 북은 남북회담을 무산시켰다. 판문점 선언에서 '8·15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도 합의했다. 하지만 행사 준비는커녕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 북송(北送)과 이산가족 상봉을 사실상 연계하고 있다. 상봉 행사를 안 하겠다는 소리다. 또 북이 중시하는 6·15 정상회담 행사를 같이 치르기로 했으나 남측 관계자에게 초청장을 보내주지 않아 23일 예정된 방북이 무산되기도 했다.

그래도 통일부 장관은 기자단 방북 무산이 "유감스럽다"면서도 "비핵화 초기 조치인 풍계리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점은 주목한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북 태도를) 우리가 좀 이해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조금 있으면 김정은이 한국민 머리 위에 올라오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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