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 트위터에 "중국은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북한 국경을 계속 강력하고 엄격하게 유지해 나가야 한다. 최근 국경에 구멍이 훨씬 더 많이 뚫리고 더 많은 것이 흘러들어 가고 있다고 한다"고 썼다. 북한은 최근 남북대화 전면 중단을 협박하면서 미국과의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의 실무 협의에서도 '이상 신호'가 감지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북한 태도 변화에 중국이 작용했다고 보고 우회적으로 경고를 보낸 것이다. 그는 지난 17일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김정은이 두 번째 중국 방문 뒤로 큰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 3월 25~28일 베이징을 방문했고, 5월 7~8일 다롄에서 시 주석을 다시 만났다. 그 뒤부터 북한이 강경하게 나오고 중국 태도도 변했다. 시 주석은 북한 노동당 실무자급 방문단까지 직접 만나주고 "교류 협력을 강화하자"고 했다. 유엔 제재 품목인 트럭을 중국 회사가 북한에 수출하려 한다는 보도, 중국이 북한의 불법 인력 수출 등을 묵인하고 있다는 보도, 북·중 경제협력 사업 논의가 재개됐다는 등의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은 북핵 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면 자신들 국익에 해롭다고 보고 대북 제재에 동참했다. 그 효과로 북한이 협상장에 나왔다. 그러나 북이 남북, 미·북 정상회담으로 나서자 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자신들 영향력이 떨어질까 불안해했다. 김정은은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 김정은이 초조해진 시 주석과 만나 '적당한 수준에서 비핵화 조치를 취할 테니 제재를 풀어달라'고 했고 시 주석이 이를 수용한 것 같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이 강경해지면서 미국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펜스 미 부통령은 21일 "미·북 정상회담을 철회할 수도 있다"며 "김정은이 합의를 이뤄내지 않으면 리비아처럼 끝날 수밖에 없다. 군사 옵션은 배제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못하면 리비아와 같은 초토화(decimated)로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한국이 인질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불확실성과 주변 참모들의 강경론이 합쳐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미국이 다시 대북 군사 압박에 나서는 상황은 중국에 이로울 것이 없다. 중국이 만약 북핵을 용인하기로 했다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동북아 각국은 새로운 생존법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중국에 최악의 안보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지금의 위기 그리고 앞으로 올 수 있는 동북아 위기는 모두 북한 핵 때문이다. 그걸 해결할 기회가 어렵게 만들어졌다. 미·북 정상회담으로 북핵이 폐기된다고 동북아에서 중국 위상이 달라지지 않는다. 어떤 나라도 북한을 파괴하려거나 중국과의 관계를 무너뜨리려 하지도 않는다. 미·북 관계 정 상화도 중국이 오랫동안 바랐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의 행동을 우려하면서 "나는 (북한으로 더 많은 것이 들어가는) 그런 일이 일어나길, 그리고 북한이 매우 성공하길 바란다"며 "그러나 오로지 서명한 이후에!"라고 했다. 그 말대로다. 중국이 작고 어리석은 계산으로 김정은에게 놀아나 북핵 폐기를 훼방 놓는다면 곧 그 진실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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