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를 취재할 한국 취재진이 21일 북한이 지정한 5개국 취재진의 집결지인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 주중 북한대사관 주소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북한이 전매특허 ‘시간끌기 전략’에 다시 돌입했다.

한미연합공군훈련인 ‘맥스 선더’를 빌미로 남북 고위급 회담을 개최 직전에 취소한 북한은 이후 우리측의 연락을 전면 차단하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예고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기존 계획대로 추진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8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현장 취재할 우리측 기자단의 명단 수령을 거부한 북측은 21일 현재까지 수령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북측이 우리측 취재진의 명단 수령을 계속 거부할 경우, 우리 언론사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현장 취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는 23~26일 평양을 방문해 6·15 남북공동행사를 논의하려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이하 남측위)의 방북 계획도 무산됐다. 북측은 당초 남측위에 오는 23~26일 평양에서 회의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팩스로 알려왔으나, 이후 초청장을 보내오지 않고 있다. 우리측 인사가 북한을 방문하려면 북측의 초청장을 받아 방북 7일 전에 통일부의 승인을 요청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핫라인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 애초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4·27 남북정상회담을 갖기 전에 핫라인을 통해 전화 통화를 하기로 했으나, 정상회담 때까지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청와대 안팎에서는 미북정상회담 장소와 일정이 발표된 후 핫라인 통화가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아직까지 불통이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도 지난 16일 국회 강연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오해를 극복하기 위해 통화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현재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참관하려는 외신 기자단에도 시간끌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은 외신에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함께 원산 관광특구도 취재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비자 발급 비용으로 1인당 1만달러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취재 비용’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를 보도한 5개국 7개 언론사의 취재를 위해, 미국 정부로부터 250만달러(약 28억원)를 받았다는 것이 정설처럼 돼 있다

외교가에서는 시간끌기에 나선 북한이 미북정상회담도 막판에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 측까지 나온다. 이와 관련, 미국 의회의 대표적인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20일(현지시각) 폭스 뉴스에 출연해 “북한이 (정상회담에) 나오지 않으면, 외교가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그의 첫 임기 안에 끝내려고 한다”며 “따라서 그들이 정상회담에 나오지 않으면 충돌의 길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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