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20일(현지 시각)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군사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가지고 놀려고 하면 군사 충돌만 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날 폭스뉴스의 정치 시사 프로그램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북한이 정상회담을 안 할 수 있다고 협박했는데, 우리를 갖고 노는 건가’라는 진행자 크리스 월러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북한이 실수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정상회담에) 나오지 않으면, 외교가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그의 첫 임기 안에 끝내려고 한다”며 “따라서 그들이 정상회담에 나오지 않으면 충돌의 길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미국인 가족과 미군 동반 가족들을 한국 밖으로 데려나올 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20일 폭스뉴스의 정치 시사 프로그램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북한의 정상회담 취소 협박은 미국을 갖고 노는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폭스뉴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2~3일 전 대화했다고 밝히며 대통령이 북한에 놀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지금 북한이 하는 시간 끌기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는 “북한은 과거에도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전력이 있지만 실제로는 핵무기를 만들었고 지난 30년간 이렇게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까지 어느 쪽으로든 끝날 것”이라고 했다.

진행자 월러스가 ‘(김정은이) 정상회담에 나오지 않고 합의를 이루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말했다’라며 의미를 묻자, 그레이엄 의원은 “이는 외교가 끝난다는 것인데, 여러분이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이 외교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라며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그를 계속 속이는 것도 그렇다”고 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윈-윈’을 원한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김정은을 대체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 한반도를 통일시키려고 하는 것도 아니며 북한에 민주주의를 퍼뜨리려 하지도 않는다”며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과 한국전쟁을 포기하게 하고 ‘윈-윈’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이) 정상회담에 나오지 않으면, 외교의 끝이고, 정상회담에 나와서 트럼프 대통령을 가지고 놀려고 하면 그건 군사 충돌만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실제로) 북한과 충돌하면 우리가 아니라 북한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행자 월러스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프로그램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북한과 (김정은) 정권에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직접) 말했나’라고 묻자,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안에 충돌을 끝낼 것이라 말했다”고 답했다. 그는 “그동안 미국의 모든 대통령이 북한에 놀아났다. 양자 협정이든 다자 협정이든 온갖 협정을 맺고 북한은 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고 나서 협정을 파기하고 무기 프로그램을 증강했다”고 설명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전에 나에게 이를 ‘윈-윈’ 방식으로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고 재차 ‘윈-윈’을 강조했다.
 
린지 그레이엄(오른쪽) 공화당 상원의원이 20일 폭스뉴스의 정치 시사 프로그램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진행자 크리스 월러스와 미·북 정상회담 전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폭스뉴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윈-윈’ 방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이 여기서 빠져나가 그를 갖고 논다면, 우리는 그의 첫 임기에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끝낼 것”이라며 어떤 모습일지는 추측에 맡기겠다고 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중국을 향해서도 북한의 편만 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고 태도가 돌변했다”며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지나치게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면서도 북한 문제를 미·중 무역 분쟁과 연계시키며 시 주석에게 북한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을 청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진행자 월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승리를 따내거나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재에 나서도록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중국과 무역 협상을 서둘렀다는 우려는 없나’라고 물었다. 그레이엄 의원은 “무역 문제에서 중국을 관여시키는 것은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중국이 우리가 북한 문제를 다루는 것을 돕게 더 관여시키는 것도 똑똑하다”며 “이제 드디어 우리가 중국에 약간의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조금 주고 많이 가져가려 하 고 중국이 미국과 대립하게 하려고 수를 쓰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사흘 전 얘기한 상황에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중국과 북한은 ‘윈-윈’ 방식으로 충돌을 끝낼 기회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둘러 (충돌이) 끝나지 않으면 상황이 엉망이 될 것이고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아닌 중국의 뒷마당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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