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판을 흔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경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난 후 돌변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한 데 대해 시 주석을 ‘좋은 친구’라 부르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고 북한이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경 모드로 돌아서자 중국에 더는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회동 중 기자들에게 “2주 전을 기억한다면, 갑자기 난데없이 김정은이 중국에 가서 시 주석에게 또, 두 번째로, 인사를 했다”며 “확실히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북 정상회담 재고려 등 북한의 태도 변화가 전형적 수법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시 주석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5월 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3월에 이어 2차 북·중 정상회담을 하며 산책하고 있다. /신화통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분명히 협상을 하길 원했었다. 지금은 그가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어쩌면 그들(북한)이 중국과 얘기했을 수도 있다. 그게 맞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미국과의 무역 문제를 풀기 위해 김정은을 이용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은 전에는 미국과 무역 문제를 겪지 않았다”며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시 주석은 내 친구고 훌륭한 사람이지만, 그는 중국을 대표하고 나는 미국을 대표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무역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 무역 협상 중인 것과 맞물렸다. 그는 트위터에 류허 부총리와 찍은 사진을 올리며 “류허 중국 부총리와 무역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이달 7~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시 주석과 2차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 3월 말 첫 방중 이후 43일 만에 또다시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 기준을 높이자 김정은이 시 주석에게 달려갔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정은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중국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서둘러 중국을 다시 찾았다는 해석도 나왔다.
 
2018년 5월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무역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한 류허 중국 부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트위터
김정은의 2차 방중이 알려진 직후부터 중국의 과도한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를 통해 중국 변수가 실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있다는 신호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미 자유아시아방송은 김정은 방중 이후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이 늘고 인력 파견도 늘었다고 지난 16일 보도했다. 북·중 밀착을 통해 북한은 중국에서 경제 지원을 끌어내고 중국은 대미 무역 협상에서 북한을 활용해 우위를 점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노골적으로 북한 편을 들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6일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을 완전히 인정해 줘야 한다”며 “모든 관련국들, 특히 미국은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평화를 위한 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17일 ‘한반도의 깨지기 쉬운 평화 전망’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지난 몇 달간 북한은 한반도 긴장을 줄이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일방적으로 취했지만, 한국과 미국은 군사 적대 행위를 줄이거나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실질적인 조치들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기로 하고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석방하는 등 의미 있는 조치를 한 만큼, 미국도 성의를 보이라는 것이다.

이 매체는 “북한은 미국이 내놓는 요구에 모두 예스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이 옛날 방식을 고집하면서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트럼프가 기회를 잃고 한반도를 대립과 전쟁으로 다시 몰고 간다면 북핵 이슈는 그의 대통령 임기 중 가장 큰 실패가 될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18/20180518017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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