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美北정상회담]

미국으로 북핵 가져오고, ICBM·생화학무기 폐기 원칙 재강조
백악관은 "리비아식 아닌 트럼프식 비핵화" 절충의 여지 남겨
美언론 '볼턴 리스크' 거론 "트럼프 노벨상에 가장 큰 장애물"
 

북한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비핵화 발언을 문제 삼아 미·북 정상회담 취소 위협을 했지만 미국은 16일(현지 시각)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란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성공적인 회담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할 것이지만, 'CVID'란 회담의 목적에서는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영구적 비핵화란 목표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오히려 "그들(북한)이 핵무기 없이 더 안전하다는 전략적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북한 김정은과) 짧은 회담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북한을 압박했다.

볼턴 “난 북한의 비난에 익숙… 핵포기 안하면 미·북회담 짧게 끝날 것”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16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미·우즈베키스탄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앞서 볼턴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미·북 정상회담의 목적에서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볼턴은 또 자신을 북한이 ‘인간쓰레기’ 등으로 비난했던 사례를 들며 “나는 (북한의 비난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볼턴 “난 북한의 비난에 익숙… 핵포기 안하면 미·북회담 짧게 끝날 것” -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16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미·우즈베키스탄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앞서 볼턴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미·북 정상회담의 목적에서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볼턴은 또 자신을 북한이 ‘인간쓰레기’ 등으로 비난했던 사례를 들며 “나는 (북한의 비난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볼턴 보좌관은 또 2003년 국무부 군축·국제안보담당 차관이던 자신을 북한이 '흡혈귀' '인간쓰레기' 등으로 비난했던 사례를 들며 "나는 (북한의 비난에) 익숙해졌다. 새로울 게 전혀 없다"고 했다.

볼턴 보좌관은 특히 북한의 비난에도 자신의 주장을 전혀 바꾸지 않았다. 볼턴은 "우리는 핵무기와 다른 것들을 테네시주(州) 오크리지(핵 연구 단지)로 옮겨서 그들의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비핵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충분한 자원을 투입할 수도 있다"고 했다. '리비아식 모델'처럼 북한 핵무기의 미국 반출을 다시 한번 주장했고, '다른 것'이란 표현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화학무기 등도 폐기 대상이란 점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자신을 비난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에 대해 "6자 회담에서 항상 '문제적 인물(problematic figure)'이었던 사람이 (전날 담화를) 발표했다"며 "이것은 그들의 (비핵화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회담 준비가 계속된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정상회담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등의 질문 공세를 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란 말을 반복하며 "아무 결정을 내리지도 않았고, 전혀 (북한으로부터) 통보받은 것이 없다.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도 트윗에 북한과 관련한 메시지를 띄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 주장을 고수하느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했다. 북한의 반응에 즉각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비핵화 목표에선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와 관련,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비핵화 방법론과 관련해 "우리가 따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모델"이라고 밝힌 것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식 모델'은 한 번도 언급된 적 없는 말이다. 샌더스 대변인도 "정해진 틀은 없다"고 했다. 다만 북한이 리비아식 모델에 반발하자 미국이 꺼낸 것인 만큼 일종의 절충안을 의미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선 핵폐기, 후 보상' 방식의 리비아 모델과 핵무기를 제3국으로 반출해 폐기한 카자흐스탄 모델의 장점을 모두 담은 게 '트럼프식'일 거라는 관측이 있다. 또 CVID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조치를 일정 부분 적용하는 방안이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회담여부? 지켜보자”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회담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북 정상회담 관련 질문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회담여부? 지켜보자”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회담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북 정상회담 관련 질문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AP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부분적으로 포기하는 '선제조치'가 미·북 간 간극을 좁힐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번 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사 콘퍼런스에서 "북한이 큰 '선금(down payment)'으로 시작하면 (비핵화 방법론에서) '동시적' 과정이 수용될 수도 있다고 동아시아 담당 미국의 고위 외교관이 밝혔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북한이 볼턴 보좌관을 집중 공격하자 미국 일각에선 '볼턴 리스크'를 거론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볼턴이 북·미 정상회담의 잠재적 철거공(wrecking ball·건물을 부술 때 사용하는 크고 무거운 쇠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18/20180518002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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