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지도자와 전문가들이 참가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가 16~17일 열렸다. 북한을 직접 상대했던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북한의 '정상회담 재검토' 위협과 관련해 "그동안 환희에 차 있던 서울 분위기를 이해하기 어려웠다"면서 "냉정을 되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페리 전 국방장관은 "기대치를 낮추고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이게 현실이고, 이게 북한" "잠시 '정지' 버튼을 누를 기회" "김정은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사전 접촉에서 북의 비핵화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도 알려졌지만, 북한은 그제 담화문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나 미사일·생화학 무기 폐기 요구를 "망발"이라고 했다. 북한과의 협상은 잠시 좋아졌다고 낙관해서도 안 되고, 북이 거칠게 나온다고 비관하지도 말아야 한다.

지난 남북 정상회담 이후 우리 내부에서 북한과 김정은에 대해 환상이 생겨났다. 정부와 여당이 오히려 이를 부추겼다. 정부는 북한 핵 폐기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각종 대화와 교류·협력 준비를 서둘렀다. 민주당은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백두산 관광, 경원선·경의선 철도 건설 등을 지방선거 공약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다 북한에 일방적으로 장관급 회담을 취소당했다.

미·북 정상회담은 열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어떤 것이 될지는 미지수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가 17일 "북·미가 서로 상대방 입장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한 것은 대화 모멘텀을 살리려고 한 말이겠지만 한국이 미·북 중간에 서겠다는 것으로 보일 우려가 있다. 북핵 폐기가 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사기극이다. 정부가 무엇을 하든 '북핵의 단기간 내 완전한 폐기'를 벗어나는 시도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17/20180517031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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