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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조보다 느린 북한 철도… 레일 15만개 걷어내고 새로 깔아야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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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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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협 첫 단추 '철도 연결']

김정은도 "철도 낡아 민망하다"
일반열차 시속 20㎞, 마라톤 속도… 속도 높이면 교량 붕괴나 탈선

레일부터 우리 수준으로 깔고 고속철까지 연결하면 158조원

열차로 유라시아 대륙 연결하고 중국 동북 3성 시장 열리지만 실제 물류 개선 효과는 지켜봐야
 

16일 열기로 했던 남북 고위급회담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5명의 북측 대표단에는 김윤혁 철도성 부상(副相)이 들어가 있었다. 낙후된 철도 재건이 북한의 최우선 관심사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북핵 문제의 실마리가 풀려가면 남북 경제 협력을 본격화한다는 판문점 공동선언문에도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문제는 남북 모두 '철도 연결'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일단 시작하면 단순히 끊어진 철길을 잇는 수준에서 그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 철도는 노후한 데다 보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의 노선이 시속 20㎞대로 운행할 정도다. 남북 철도를 시베리아·중국·만주·몽골 등 4개의 대륙횡단철도와 연결한다는 구상까지 현실화하려면 사실상 북한 주요 철도를 모두 걷어내고 새로 깔아야 한다. 전력 공급망, 철도 교량, 터널 개보수 등까지 포함하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게 된다. 북한 철도 재건은 남북한 경제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퍼주기식 지원'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시각이 엇갈린다.

북한 철도, 노후화로 제기능 못해

"북한 철도 소문 들었어요. 우리가 만든 레일로 다 새로 깔아야죠."

지난 15일 경북 포항시 현대제철 포항공장의 대형압연공장 주변에는 25m 길이의 철도 레일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 공장에서만 철도 레일을 생산한다. 노경철 대형압연부 부서장은 "1개당 1.5t 쇳덩어리지만,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길이는 1㎜, 높이는 0.3㎜ 오차만 허용될 정도로 정밀 가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 철도 연결이 추진될 경우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된다는 기대감이 공장 안팎에서 느껴졌다. 북한 철도는 레일 노후화 등이 심각한 상태고, 황해도 송림시 황해제철소에서 철도 레일을 만들지만 품질이 국제 기준에 못 미친다. 노 부서장은 "연간 6만7000개 정도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평균 시속 20㎞에 불과한 북한의 철도

북한 철도 노선은 5226㎞에 달해 남한 (3918㎞)보다 길지만, 97%가 단선이다. 단선 상태로 모두 교체할 경우 현대제철에서 만드는 레일 42만개 이상이 들어가게 된다. 다 걷어내야 할 지경이지만, 노선이 100㎞ 이상인 주요 간선 철도 10여개가 우선 교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교통연구원 등 추산에 따르면, 선로 교체와 대피선·보조선 설치용 등을 감안해 약 15만개의 레일이 필요하다. 레일 1개당 187만원이니 레일 교체 비용만 2800억원에 달한다.
 

북한은 화물의 90%, 여객의 60%를 철도에 의존하고 있지만, 전력 부족과 철로 보수 방치 등으로 철도 상황은 최악이다. 평양에서 신의주를 거쳐 베이징까지 주 4회 운행하는 국제 열차가 시설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 평양~신의주 225㎞를 가는 데 5시간이 걸린다. 평균 시속이 45㎞에 불과하다. 최고 간부들이 이용하는 특별열차를 제외하고 급행·준급행·완행·통근 등 4가지로 구분되는 일반 열차의 평균 시속은 20㎞에 불과하다. 마라토너들과 비슷한 속도다. 속도를 높이면 노후 레일이 견디지 못해 탈선 사고가 나거나, 교량 붕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비(不備)해 불편하고 참으로 민망하다"고 할 정도다. 이런 치부를 내보이고 철도 현대화를 원하는 것은 경제 건설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법 규정에 '혁명의 전취물(戰取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토지와 철도 두 가지뿐인데, 철도를 내놓고 남한 도움을 받겠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 건설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속철까지 건설하면 최대 158조원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과 보수에만 6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경의선 연결과 현대화에 1조5000억원 정도, 동해선 연결과 현대화에 4조9000억원이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북한 철도 재건에 들어갈 자금은 현재로서는 '추정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북한은 토지보상비가 없고 인건비도 낮지만, 기본 설비조차 갖추지 못한 철도가 상당수여서 비용을 종잡기 어렵다. 다만, 본지가 단독 입수한 북한 철도성의 '원산~금강산철도 개간 투자 제안서'를 보면, 원산시에서 금강산국제관광지대까지 118㎞ 철도를 대대적으로 보수하는 데 들어갈 비용을 자체적으로 추산한 액수를 확인할 수 있다. 철로 노반 보강, 기존 레일 철거, 전력 공급 개선 등 16개 항목을 포함해 총 3억2343만달러(약 3500억원)의 사업비를 추산했다. ㎞당 단가가 35억원 정도다. ㎞당 300억원대인 우리 철도보다 비용이 크게 낮다. 그러나 기본적인 재건 수준을 넘어 복선화·전력 및 신호 방식 교체 등이 병행될 경우 비용은 더 불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금융위원회는 북한 철도 개발 비용을 약 83조원으로 추산했다.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한반도종단고속철도(54조원)를 포함해서 북한 철도를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자금이 15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반도 철도, X자형에서 H자형으로

북한 철도 재건 과정에서 일제가 식민지 수탈, 대륙 침략 병참 기지의 2가지 목적으로 부설한 한반도 철도망의 전체적인 개편이 가능하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일제는 한국 철도를 지하자원 개발형, 항만 연결형, 대륙 침략형 등 3가지 유형으로 만들었다. 전체적인 노선이 서울을 중심으로 X(엑스)자형이 됐다. 동서 간 연결 철도가 부실하다. 정부는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서해안 경의선, 동해안 동해선을 축으로 하고 비무장지대를 횡단하는 노선을 만들어 H(에이치)자형으로 만들려고 한다.

◇컨테이너 운송, 대륙횡단열차 106개 vs. 화물선 1만2000개

북한은 중국과 3개 노선, 러시아와 1개 노선이 연결돼 있다. 남북을 잇는 철도가 여기에 연결되면 시베리아횡단철도(TSR)·중국횡단철도(TCR)·만주횡단철도(TMR)·몽골횡단철도(TMGR) 등 4개의 대륙횡단철도를 통해 유라시아를 넘나들게 된다. 남북 철도 연결로 중국 동북 3성 1억명의 거대 소비 시장을 안마당으로 삼게 된다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대륙과 연결된다'는 물류 측면의 효과는 막연한 기대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비교를 한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20피트(약 6m) 컨테이너 1만2000개를 수송하지만, 시베리아횡단열차는 53개 화차에 각각 2개씩 106개 정도에 불과하다. 또 중국횡단철도와의 연결은 신의주를 넘어가 산둥반도 밑 쑤저우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컨테이너선으로 인천항 등에서 바로 이곳으로 연결하는 것이 시간, 비용상 유리하다. 북한 철도 개선 지원을 '대륙과 연결한다'고 포장하고 경제적 효과를 부풀리는 것은 곤란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北 기차 도시락 '곽밥' 메기 조림, 닭고기 냉채… 일반실엔 없는 고급음식]
 
곽밥

북한의 여객 열차도 도시락을 판매한다. 경제난으로 사라졌다가 4년 전부터 다시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에 담겨 있다고 '곽밥'〈사진〉이라고 부른다. 철도성 평양청년열차상업관리소 등이 담당하는데, 계절에 따라 총 15종류 이상이 판매된다. 햇쑥밥, 김밥, 완두콩밥, 섭조개밥, 팥밥 등이다. 여름철에는 김밥에 메기 조림, 닭고기 냉채, 가을에는 완두콩밥에 채콩볶음, 두부전, 창란젓 등이 주요 메뉴다. 일반 열차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다. 한 북한 전문가는 "곽밥을 파는 기차를 탈 정도라면 경제력이 있는 상류층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가 시속 20㎞에 불과한 데다 시간표를 어기기 일쑤라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써비차'라는 트럭을 이 용한다. 불법 영업 화물차다. '서비스차'가 변형된 말이다. 북한에서는 차량을 이용하는 행위를 '써비를 준다'고 표현하기 때문에 이런 신조어가 나왔다고 한다. 국영기업소, 군부대 등이 돈벌이 차원에서 하던 것인데 몇 해 전부터는 민간에서도 운영할 정도로 일반화됐다. 북한의 트럭들은 5만㎞마다 공훈 표지를 부착하는데 20개씩 붙인 트럭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16/20180516035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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