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일방 핵포기 강요땐 朝美수뇌회담 재고려할 것"
남북고위급회담도 무기 연기

백악관 "회담 여전히 희망적… 리비아식은 우리 모델 아니다"
 

북한은 16일 핵(核) 협상 전문가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대미(對美)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 핵 포기만을 강요하면 조·미(朝美) 수뇌회담을 재고려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 회담도 한·미 연합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내달 12일 미·북 회담을 앞두고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해 미국과 한국에 동시 압박 카드를 던진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을 움직여 북한 입장을 더 확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계관은 이날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 고위 관리들은 '선(先) 핵 포기, 후(後)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리비아식 핵 포기 방식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라거나,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 완전 폐기' 같은 주장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했다. 또 "볼턴 같은 자들 때문에… 조·미 관계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비난했다. 볼턴이 주장해 온 CVID와 리비아식 비핵화 등에 대한 노골적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김계관은 또 "핵 개발 초기 단계였던 리비아를 핵 보유국인 우리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다"고 했다. 일방적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 보유국 간 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속마음을 비친 것이다. 김계관은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 폐기를 전제로 경제 지원을 언급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대한 불만도 표시했다.

그러나 김계관은 "트럼프 행정부 가 진정성을 가지고 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판' 자체는 깨지 않으면서 최대한 이익을 얻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미·북 정상회담 성사는 여전히 희망적"이라며 "리비아식 모델이 우리가 사용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따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모델"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17/20180517001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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