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美北정상회담]

시진핑·폼페이오와 회담, 연이틀 노동신문 1면 통해 적극 보도
"미제 침략자" 비난하다… 美·北회담 앞두고 분위기 전환 분석
김여정, 시진핑과 오찬때 유일 배석… 對中 통로 역할 맡은 듯
 

북한 관영 매체들이 연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미·대중 외교 행보를 적극 보도하고 있다.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함께 나란히 선 모습을 공개하며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통해 세계 최강대국과 동등한 자리에 올랐다는 점을 북한 주민에게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을 '미제 침략자'라고 비판했던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이틀 시진핑·폼페이오 만남 보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자 1면에 김정은이 전날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두 사람이 함께 등장하는 사진만 1면에 8장 실었다. 김정은이 폼페이오 장관과 악수하며 파안대소(破顔大笑)하는 사진도 나왔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미국의 고위 인사와 만나 웃는 모습이 노동신문에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김정은, 실내로 차 불러 폼페이오 배웅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리무진을 타고 공항으로 떠나는 폼페이오 장관을 배웅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조선중앙TV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폼페이오 장관과 "만족한 합의를 보았다" "훌륭한 회담을 진행"했다고 했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고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뜻하는 '조미(朝美) 수뇌회담'이란 표현도 처음으로 나왔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김정은이 미국과 회담해 세습 왕조를 공식 인정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노동신문은 9일 자 6개 면 중 1~4면에 걸쳐 김정은이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 주석과 회동한 소식을 알렸다. 9·10일 이틀 동안 1면 사진과 기사 배열이 거의 비슷했다. 김정은 집권 후 북한이 미국·중국의 협상 또는 협력 대상으로 발전했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또 김정은이 시진핑과 다롄에서 만나는 장면도 자세하게 소개했다.

이 같은 북한 매체의 김정은 외교 활동 선전은 4·27 남북 정상회담 때부터 계속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계속된 대북 제재로 북한 경제가 악화되고 북한 민심도 이상 조짐이 보였는데, 이를 달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중국 주석을 비행기 타고 가서 만나고, 미국 특사를 접견하는 모습을 통해 김정은 시대 '고난의 행군'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여정, 대중국통 되나

이런 가운데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깍듯이 허리 굽혀 인사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조선중앙TV가 9일 방영한 김정은의 중국 다롄(大連) 방문 기록 영상에서 김여정은 시진핑과 연회장에서 만나자 시진핑이 악수하려고 건넨 손을 두 손으로 잡으며 90도로 인사했다. 김여정이 활짝 웃는 얼굴로 한동안 얘기하자 김여정 뒤에 서 있던 통역이 다가와 이를 시진핑에게 전하기도 했다. 연회 도중 포도주 잔을 들고 시진핑에 친근감을 표시하고, 담화·식사할 때도 허리를 굽히며 대화를 나눴다. 김여정이 2월 평창올림픽 당시 청와대에 왔을 때 고개를 똑바로 들고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하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미지 크게보기
뻣뻣했던 김여정, 시진핑 만나자 90도 인사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지난 8일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조선중앙TV
김여정은 다롄 회담 다음 날 휴양지 방추다이오에서 김정은과 시진핑이 다시 만나 차를 마시고 오찬하는 자리에도 북 수행원 중 유일하게 배석했다. 김여정이 고모부 장성택 총살 이후 김일성 일가의 대(對)중국 통로이자 특사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서 김정은의 친서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11/2018051100235.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