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핵협정 탈퇴] 미국은 왜 탈퇴 선언했나

이란, 작년 위성용 로켓 발사 성공… 북한처럼 美 본토 위협할까 우려
11월 선거 앞두고 前정권 지우기, 오바마 "심각한 실수" 성명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각)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를 선언한 핵심 이유는 현행 합의가 이란의 핵개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란 핵합의는 지난 2015년 7월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에 독일과 유럽연합(EU) 등이 함께 이란과 협상을 벌여 타결해 2016년 1월 발효됐다. 이 합의에 따라 약 2만 개에 달하던 이란의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는 평화적 목적에 쓸 6000개 정도만 남기고 다 폐기됐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이 의심되는 모든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접근을 허용했다. IAEA는 이후 8차례에 걸쳐 이란 핵시설을 사찰했지만, 아무런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란 의회, 성조기 불태우며 항의 - 미국이 이란 핵 협정 탈퇴를 발표한 뒤, 이란 국회의원들이 9일(현지 시각) 테헤란의 의사당에서 종이로 만든 성조기와 핵 협정안 등을 불태우며 “미국에 죽음을!”이란 반미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란 의회, 성조기 불태우며 항의 - 미국이 이란 핵 협정 탈퇴를 발표한 뒤, 이란 국회의원들이 9일(현지 시각) 테헤란의 의사당에서 종이로 만든 성조기와 핵 협정안 등을 불태우며 “미국에 죽음을!”이란 반미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핵합의 탈퇴란 강수를 둔 가장 큰 이유는 핵폭탄 원료를 만들 수 있는 원심분리기는 10년,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은 15년이 지나면 다시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몰 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몰 기한이 끝나면 핵개발을 막을 수 없다"며 "내가 본 최악의 딜(deal·거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협정을 그대로 두면 중동에 핵개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로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란 핵합의는 핵개발을 막는 목적이었지만, 탄도미사일 개발 저지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대신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을 통해 이란이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란은 "핵합의에 따라 핵이 없으니, 탄도미사일 개발은 가능하다"고 하고 있고, 미국과 서방은 "언제든 핵탄두를 실을 수 있으니 탄도미사일을 개발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란은 지난해 7월 북한이 과거에 했듯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인공위성용 로켓을 시험 발사해 성공하기도 했다. 이대로 두면 이란이 북한처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이란을 그대로 두면 이라크의 시아파 정권,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레바논의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이슬람 시아파 진영을 공고히 해 지중해까지 진출할 수 있는 '시아파 벨트'를 구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번 핵합의 파기의 배경으로 꼽힌다. 인구 8000만명에 석유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갖춘 이란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걸 두고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국 내 '유대인 파워'도 작용했다.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 파기는 행정부 내 매파와 유대인 로비 세력들이 이란의 이슬람 정권 붕괴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핵합의 파기엔 미국 국내 정치적 문제도 결합돼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좀 더 선명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주요 정책들을 뒤집겠다고 약속했고 이란 핵협정도 역시 도마에 오른 것이다.

영국 BBC는 "트럼프의 핵협정 탈퇴 결정은 오바마의 유산을 찢어버리는 차원"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했고, 이른바 '오바마케어' 폐지를 위해 수차례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오바마는 이날 성명에서 "이란의 합의 위반이 없는 상황에서 핵협정을 위기로 몰아넣는 것은 심각한 실수"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10/20180510003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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