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자 1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접견 소식을 대서특필했다./노동신문 캡쳐

북한 노동당의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0일자 신문 1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회동을 대서특필하며 미북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같은날 신문 5면에선 6·25 전쟁을 언급하며 미국에 대한 복수심을 자극했다.

당 기관지로써 북한 인민들의 사상 무장을 담당하는 노동신문의 이같은 기사 게재는 앞에선 미북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 뒤에선 미국을 적대시하는 북한 체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전면을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 미합중국 국무장관을 접견하시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채웠다. 기사는 김정은과 폼페이오 장관의 8장의 사진과 함께 회동 내용을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번 회동에서 폼페이오 장관으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전해들었다. 메시지를 들은 김정은은 “(트럼프)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며 사의를 표했다. 김정은은 이어 “다가온 조(북)미수뇌상봉과 회담이 조선(한)반도의 긍정적인 정세발전을 추동하고 훌륭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훌륭한 첫걸음을 떼는 력사적인 만남으로 될 것”이라고 했다.

신문은 “조미수뇌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적인 문제들과 그에 해당한 절차와 방법들이 심도있게 논의됐다”면서 억류된 미국인들에 대한 국무위원장 명의의 특별사면을 실시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그동안 ‘조미회담’ ‘조미대화’ 등을 언급하며 미북간 대화가 진행될 것임을 알린 적은 있으나,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신문은 김정은과 폼페이오 장관의 접견이 따뜻한 분위기로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문은 김정은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공식 취임한데 대해 짐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최고령도자 동지께서는 폼페이오 장관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시며 작별인사를 나누시고 따뜻이 바래우시었다”고 보도했다.

1면만 봐선 미북 간 불고 있는 훈풍이 감지된다. 하지만 노동신문은 5면에서 미국과의 과거사를 언급하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0일자 5면에 미국 적개심을 강조하는 기사가 나란히 실렸다./노동신문 캡쳐

10일자 노동신문 5면 하단엔 ‘복수자들의 대오는 이렇게 자란다’ 기사와 ‘미제의 폭발물 새로 발견’이라는 2개의 기사가 나란히 실렸다.

‘복수자들의 대오는 이렇게 자란다’는 6·25 전쟁 당시 9살이었던 김명금 노인의 증언을 토대로 쓴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기사다. 신문은 기사에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우리는 미제살인귀들이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에 감행한 야수적만행을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하며 놈들에게 천백배로 복수할 굳은 각오를 가져야 한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미제와 계급적원쑤들의 죄행을 한시도 잊지 말고 대를 이어 복수해야 한다”고 썼다

이 기사 옆에 실린 ‘미제의 폭발물 새로 발견’ 기사는 개성시 철길 주변에서 6·25 전쟁 때 미국이 사용했 던 폭발물이 발견됐다면서 “미제가 개성지구의 철도를 모조리 파괴하여 우리 인민구대의 노도와 같은 진격을 저지시키고 군수물자보급로를 차단시키기 위해 사용한 범죄 증거물”이라고 했다.

기사는 이어 “발견된 폭발물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미제침략자들의 악랄성을 다시금 똑똑히 깨달으며 놈들에 대한 치솟는 적개심으로 가슴을 불태우고 있다”며 대(對)미 악감정을 자극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10/20180510012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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