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2차 訪中]
김정은·시진핑, 사열·회담·만찬·산보·오찬 진행… 판문점회담과 판박이로 '혈맹' 과시

北서 中관광객 교통사고 애도에 시진핑, 김정은에 '감사 뜻' 전해
中, 다롄공항 이틀간 8시간 폐쇄… 도로 막고, 도심 곳곳엔 장갑차
 

7~8일 이틀간 중국 다롄(大連)에서 열린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은 마치 지난 4월 말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다시 보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빼닮은 포맷이었다. 만 하루 정도의 시간에 약식 사열, 정상회담, 환영 만찬, 산보, 테이블 담소, 오찬을 진행한 점이 똑같았다. 시 주석은 양복, 김정은은 인민복인 복장도 남북 정상회담 때와 같았다. 의전과 회담 진행에서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포맷을 택함으로써 김정은과 시진핑 주석은 북·중 관계가 같은 민족인 남북 간과 동등한 수준으로 밀접한 관계라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중 첫날인 7일 사열에 이어 열린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에선 시 주석 외에 왕후닝 상무위원, 딩쉐샹 정치국원 겸 당 중앙판공실 주임,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쑹타오 대외연락부장 등 5명이 배석했다. 국가지도자 반열인 왕후닝 상무위원이 지난 3월 북·중 정상회담 때에 이어 다시 배석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밤 환영 만찬에서는 시 주석과 김정은이 번갈아 축사를 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북한에서 발생한 중국 관광객 교통사고 참사 때 이를 중시하고 진실하게 처리해준 데 대해 김정은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방추이다오 해변서 다정한 대화 -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중국 다롄의 방추이다오(棒槌島) 해변을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달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과 판문점 도보다리를 수행원 없이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던 모습과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과 시진핑의 산보엔 양국 통역이 함께 있었지만 카메라엔 잡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산책 후 오찬을 함께했다.
방추이다오 해변서 다정한 대화 -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중국 다롄의 방추이다오(棒槌島) 해변을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달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과 판문점 도보다리를 수행원 없이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던 모습과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과 시진핑의 산보엔 양국 통역이 함께 있었지만 카메라엔 잡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산책 후 오찬을 함께했다. /신화 연합뉴스

가장 눈에 띄는 건 다음 날인 8일 두 정상이 김정은의 숙소인 방추이다오(棒槌島) 해변과 솔숲을 함께 산보하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두 정상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해안을 걸으며 풍경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한 자리에 서서 대화를 했다. 또 야외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판문점 정상회담 때 남북 정상이 판문점 도보다리를 걸으며 둘만의 대화를 나누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환담하던 장면을 연상시켰다. 통역을 서로 대동했다는 점만 빼면 자연의 풍광 속에서 두 정상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판문점 정상회담 때와 판박이였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두 정상의 동선에 감초처럼 등장한 점도 같았다. 김여정은 두 정상의 야외 테이블 담소 때, 그리고 작별 인사 때 각각 얼굴을 내비쳤다. 김여정은 판문점에서도 김정은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주요 장면마다 빠짐없이 등장했다.

중국은 김정은의 이번 방중 때 그의 전용기가 착륙하고 이륙하는 전후 다롄 국제공항을 최소 8시간 이상 폐쇄하며 최고의 경호와 예우를 다했다. 그 시간 동안 모든 승객의 탑승 수속이 중단됐고 공항 상주 직원들은 공항에 들어올 때 자신의 휴대폰을 휴대하는 것도 금지당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중국 고위 인사가 온다고 해도 이렇게까지는 한 적이 없다"며 "전례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다롄 기차역과 공항 주변, 도심의 주요 시설물 주변에는 무장 경찰과 장갑차가 곳곳에 배치됐다. 김정은이 머문 것으로 알려진 방추이다오로 이어지는 모든 도로는 공안들에 의해 차단됐고, 8일에는 아예 예약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당초 8일 다롄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중국 첫 국산 항모의 해상시험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이 행사에 등장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러나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날 항모 관련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날 김정은과 산보, 오찬까지 한 점으로 미뤄볼 때 항모 행사는 김정은의 귀국 이후로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9/20180509002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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