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8일(현지 시각) 40여일 만에 북한을 다시 방문했다.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조율하고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를 협상하기 위해 방북길에 오른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를 공표하는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깜짝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으로 가던 도중 동행한 미국 기자 2명에게 “북한에 도착하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 문제를 꺼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옳은 일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방북에 앞서 북한으로부터 미국인 억류자 3명이 석방될 거란 약속을 받진 않았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시각 7일 오후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출발했다. 브라이언 후크 국무부 정책기획 담당,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등 고위 관료들이 방북에 동행했다. 폼페이오 장관 일행은 급유를 위해 일본에 잠시 들렀다.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 국무장관이 3월 말~4월 초 북한을 방문해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백악관

그는 “우리는 17개월간 억류자의 석방을 요구해 왔고 이 문제에 대해 다시 이야기할 것”이라며 “북한이 이들을 석방하기로 합의하면 좋은 제스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정상회담에 앞서 억류자 3명을 송환하라는 압박을 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트위터를 통해 ‘채널 고정’이라고 말해 억류자들의 석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송환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다시 제동을 건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조건을 높이고 인권 문제를 계속 거론하면서 북한은 최근 외무성과 관영 매체를 통해 대미 비난을 이어갔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에서 진행될 이번 협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의제와 장소, 날짜, 회담 진행 시간 등을 확정하길 바란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가 정해졌다고 여러 차례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기준과 조건을 계속 높여가며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에서 ‘영구적인(permanent)’이라는 조건을 더한 PVID로 기준을 높였다. 그가 수장으로 있는 국무부는 북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되돌릴 수 없는 폐기’를 조건으로 걸었다. 존 볼턴 NSC 보좌관은 핵뿐 아니라 생화학무기도 포함하는 대량살상무기(WMD)의 ‘영구적인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으로 가면서 “우리는 이전에 갔던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며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금씩 제재를 완화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원하는 단계별 경제 보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힌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만나 회담하는 사진이 2018년 5월 8일 공개됐다. 김정은의 방중은 3월 말 이후 43일 만이다. /신화통신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를 발표하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 일행이 급유를 위해 일본에 내리기 직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이란 핵 협정 탈퇴) 조치는 미국은 더는 빈 협박을 하지 않는다는 중대한 메시지를 보낸다”며 “나는 약속을 하면 약속을 지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북한으로 출발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사실 바로 지금 이 순간 폼페이오 장관이 곧 있을 나와 김정은과의 회담을 준비하러 북한에 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담) 계획이 세워지고 있고 관계가 구축되고 있다”며 “합의가 이뤄지고 중국과 한국, 일본의 도움으로 모두를 위해 큰 번영과 안보가 보장되는 미래를 만들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 문서에 서명 후 기자들과 문답 중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미국으로 데려오냐’는 질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지금 북한에 가고 있다. 그곳에 매우 곧, 아마 한 시간 후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5월 8일 백악관에서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를 발표하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공개했다. /로이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이 그동안 회담을 준비해 왔고 이제 우리의 만남 일정이 정해졌다”며 “장소가 선정됐고 시간과 날짜, 모든 것이 정해졌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아주 큰 성공을 이루길 기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회담이 잘 되지 않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관계가 쌓여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어떤 결과가 펼쳐질지 지켜볼 것”이라며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미·북 정상회담은) 북한, 한국, 일본, 전 세계를 위해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며 “우리는 일이 잘 되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 억류자가 풀려나서 집으로 돌아오냐’는 질문에 “곧 알아내게 될 것”이라며 “그들이 풀려나면 좋은 일”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부활절 주말(3월 31일~4월 1일)에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자 국무장관 지명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극비리에 만났다. 두 사람은 한 시간 이상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9/20180509004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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