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이후]

완전한→영구적 핵폐기로 바꿔… 核연구인력·자료도 비핵화
취임식에 볼턴·이방카 등 실세 총출동… "北에 눈 부릅뜰 것"

北, 풍계리 갱도서 전선철거 시작
 

2일(현지 시각) 미 국무부에서 열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취임식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그의 위상을 확실히 보여줬다. 이날 행사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취임 후 처음으로 국무부를 찾았다. 여기에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 라이언 징키 내무장관 등 내각 인사 9명, 존 켈리 비서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보좌관 등 백악관 고위직 10여명 등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들이 총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마이크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대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면서 "당신은 나의 절친한 친구이며 진정한 애국자"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이 취임 연설을 하는 동안 뒤에 서서 손뼉을 쳤다.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각)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신임 국무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폼페이오 장관의 팔을 잡으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는 내 친구" -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각)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신임 국무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폼페이오 장관의 팔을 잡으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폼페이오는 나의 절친한 친구이며 진정한 애국자”라며 폼페이오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AFP 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취임사에서 "미국민 이익을 최우선에 놓고 필요하다면 때로는 거친 외교도 구사할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미국에 가해지는 위협에 맞서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란 핵 문제와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 뒤 "거기에 한 가지 더 있다"며 북한 문제를 외교 정책의 핵심으로 꺼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북한 대량살상 무기 프로그램을 영구적(permanent)이고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불가역적인(irreversible) 방식으로 폐기(dismantling)하도록 전념하고 있고, 지체 없이(without delay)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 방식으로 '영구적인 비핵화(PVID)'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북핵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은 '완전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폐기(CVID)'였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폼페이오 장관이 'CVID'보다 더 강한 용어인 'PVID'란 표현을 쓴 것은 북한이 다시는 핵을 개발할 수 없도록 영구적으로 핵을 폐기하고, 핵개발 연구 인력과 자료 같은 소프트웨어도 비핵화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협상에서 '나쁜 합의'는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현재 미국은 한반도의 역사를 바꾸는 전례 없는 기회를 맞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물밑 접촉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3일 미 중앙정보국(CIA) 당국자와 핵 전문가 3명이 지난 4월 말 일주일간 북한에 머물며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했고, 핵무기 전면 폐기에 관한 내용이 합의문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핵 폐기를 위한 기간과 북한에 제공할 보상 문제에 이견이 있어,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미국의 CBS방송도 북한이 폐쇄를 약속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갱도에서 전선 철거를 시작했다고 보도하고 "핵 실험장 폐쇄를 향한 첫 번째 조치"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 속에서도 미국은 여전히 경계심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구체적 실천을 할 때까지 최대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의 핵심은 강제 사찰"이라며 "북한이 강제 사찰을 받아들일 가능성 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불거진 평화협정 체결 후 주한미군 철수 논란과 관련해, 크리스토퍼 로건 미 국방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이날 "다가오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무엇이 논의될지에 대해 먼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철수 논의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은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4/20180504002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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