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과 미국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계속 거론되고 있다. 특히 걱정되는 건 이번 북핵 회담의 열쇠를 쥔 트럼프 미 대통령 태도다. 미 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한·미 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언급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카드로 쓰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비서실장이 겨우 막았다고 하지만 트럼프는 안보 문제 중에서도 가장 민감하고 핵심적인 주한미군까지 무역 협상 카드로 쓰려고 했던 것이다. 작년 우리 대미(對美) 흑자는 미국 전체 적자의 3%다. 그것을 좀 더 줄이겠다고 주한미군 철수를 협상 카드로 쓰려고 했던 걸 생각하면, 노벨상을 받기 위해 주한미군을 김정은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나. 더구나 며칠 전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 "북한과 논의할 이슈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결코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다.

이번에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미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썼다.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긋고 문 특보에겐 공개 경고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문 특보가 문제 발언을 했을 때 청와대가 '개인 의견'이라고 했지만 결국 문 특보 말대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드 환경영향평가, 한·미 훈련 연기, 송영무 국방장관 참수 부대 발언 비난 등이 모두 그랬다. 주한미군 문제도 결국 그와 비슷하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누구든 할 수밖에 없다. 이미 청와대가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가 주한미군 문제로 퇴색되는 것을 우려해 급히 불을 끈 것일 뿐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2일 익명 브리핑 형식으로 "평화협정 이후에도 주한미군 주둔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말이 국내외에 확고하게 전달되려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문제는 대북 협상에 올리면 안 된다'는 뜻을 명확히 전해야 한다. 문 특보를 경질하면 문 대통령의 뜻은 더 분명해질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2/2018050203117.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