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이후]

종전 선언 이후 '미군 주둔의 근거' 놓고 의문 제기될 가능성'
적대행위 전면 중지' 따라 北이 연합훈련 중단 요구할 수도
WP "핵 없는 한반도 선언, 美전략자산도 허용 안된다 암시"
 

남북은 지난 27일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에서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북이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판문점) 선언 중 비핵화 부분을 포함한 많은 대목의 의미가 모호하다"면서 "군사적 적대 행위를 중단하겠다는 부분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을 의미할 수도 있어 정확한 의미를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언문에는 또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단계적 군축 실현' '민족자주의 원칙 확인' 등 표현도 담겼다. 주한 미군의 역할과 주둔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말이다. 향후 남북 간 협의 과정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평화협정 테이블에 주한 미군 오를 수도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한·미 양국이 1953년 10월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게 된 것은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의 결과였다. 판문점 선언에 따라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면, 주한 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제임스 매티스<사진> 미 국방장관은 지난 27일(현지 시각)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주한 미군은 철수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선 우리 동맹국들과의 협상에서 논의하고, 물론 북한과도 논의할 이슈 중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그저 과정을 밟아서 협상을 해나가야 하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제나 추정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제 외교관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주한 미군의 주둔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여지를 남긴 것이다.

하지만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 미군 철수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며 "일본과 연합국 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 이후에도 미군이 일본에 계속 머무른 것처럼 북한과의 평화협정 후에도 한반도에 미군이 계속 주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 훈련, 전략자산 전개 조정될 듯

판문점 선언이 한·미 연합 훈련이나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김열수 실장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강도 높은 연합 훈련을 할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축소·중지 등) 조정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연합 훈련 기간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투기나 핵항모 등을 한국에 파견한다"며 "'핵 없는 한반도'를 언급한 판문점 선언은 핵무기가 한국에도 허용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암시하고 있어 미국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동맹이 유지되더라도 핵 추진 항공모함의 한국 기항 등 전략자산의 전개는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나서면 한·미 훈련 중단 요구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훈련 중단을 동시에 하자는 '쌍중단'을 주장해 왔다. 러시아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 직후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러시아와 중국이 제안한 로드맵대로 전개돼 만족스럽고, 앞으로도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한·미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민족 자주론' 한·미 갈등 요인

북한이 당장은 주한 미군 철수나 한·미 훈련 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지 않지만, 특정 시점이 되면 이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럴 경우 한·미 관계에 상당한 마찰 요인이 될 수 있다 . 판문점 선언에는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는 대목도 들어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당장은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주한 미군 문제를 언급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태도를 바꿀 수 있다"며 "북한이 계속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면 궁극적으로 한·미 간의 간극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30/20180430001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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