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비핵화 입증 조치 요구할 것… 눈 부릅뜨고 있다"
美외교통 "北 핵사찰 받는 동안 평화협정 동시진행할 수도"

김정은과 정상회담 앞둔 트럼프
지지자들 "노벨" "노벨" 환호에 "멋지다, 고맙다" 흐뭇한 미소
 

강인선의 워싱턴 Live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고 북한 비핵화의 공이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북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일제히 긴장하는 모습이다. 세기적인 협상을 앞두고 섣부른 추측으로 대통령의 카드가 조금이라도 손상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면서, 한편으론 "성과가 없다면 협상장을 떠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은 고대하지만 동시에 압박 캠페인은 지속될 것이란 경고도 계속하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해결에 실패하면 다시 최대 압박 작전과 군사 옵션으로 돌아갈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역벼랑 끝 전술'도 쓴다. 트럼프는 이미 김정은을 상대로 협상을 시작한 것이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비핵화는 미국이 정의한 CVID여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24일(현지 시각)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핵무기 제거가 완전한 비핵화의 의미다. 과거와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29일 A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협상해나갈 것"이라며 "비핵화가 달성되리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조치들을 (북한에) 요구해나갈 계획이다. 우리는 눈을 부릅뜨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각) 미시간주 워싱턴타운십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文대통령, 남북정상회담이 내 덕분이라며 인사"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각) 미시간주 워싱턴타운십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문재인 대통령이‘덕분에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했다’며 내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AP 연합뉴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가장 큰 관심은 한국이 비핵화에 대해 북한과 어느 정도까지 논의할 수 있느냐였다. 남북 정상이 27일 공동 발표한 판문점 선언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표현을 담는 데 그쳤다. 뉴욕타임스는 28일 "과정에 대한 시간표도 없고 핵 없는 한국(한반도)이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가에 대한 공동의 정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27일 "한국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분위기를 띄운 후 북한에 비핵화 문제는 미국과 풀라고 한 셈"이라고 했다. 한국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의 원칙만 확인하고 '언제까지 어떻게'의 구체적 로드맵은 미국으로 넘겼다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핵실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지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결정했다. 과거와 현재의 핵은 유지하면서 미래의 핵만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이 소식통은 "그것은 안 된다. 북한에 있는 핵은 모두 파괴하거나 다 (북한 밖으로) 가지고 나와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연내 종전협정과 평화협정 추진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이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다 파기하고 넘겨주고 나서 북한 체제 보장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빅뱅'식의 빠른, 일괄 타결 방식의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북한이 사찰을 받는 동안 평화협정 서명을 위한 준비를 하는 식으로 동시 진행하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을 '협상을 해볼 만한 상대'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ABC 인터뷰에서 방북 당시 'CVID'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면서 "김 위원장이 잘 준비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비핵화 합의를 이뤄낼) 진짜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이미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의 대화 제의 전격 수용, 비밀 방북한 폼페이오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김정은과 찍은 사진 공개 결정 등은 돌발적·즉흥적 행동이 아니라 계산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앞두고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결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때 "남북한이 (한국전쟁) 종전 문제는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동의해줌으로써 그런 논의가 가능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 사이에서 노벨 평화상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28일 미시간주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들은 "노벨!" "노벨!"이라고 외쳤고 트럼프 대통령은 흐뭇한 표정으로 "멋지다, 고맙다"고 했다. 미·북 정상회담은 개최 시기가 가까워져 올수록 김정은에게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절대로 실패해선 안 되는 엄청난 부담을 주는 협상이 돼 가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30/2018043000104.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