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남북 관계가 과거처럼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남북 관계가 순풍을 타면서 현대그룹의 대북 사업이 재개될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개성관광 사업권을 가진 곳으로 백두산 관광도 추진했었다.

현대그룹은 북한에 대한 국제연합(UN)의 제재가 풀려야 대북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남북간의 경제협력과 공동 번영은 반드시 우리 현대그룹에 의해 꽃피게 될 것이다. 이런 사명감은 남북교류의 문이 열릴 때까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담담한 마음으로 준비해 나가야 한다”며 대북 사업에 대한 애정과 재추진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전인 2008년 3월 29일 관광객이 금강산을 둘러보고 있다./조선일보 DB
▲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전인 2008년 3월 29일 관광객이 금강산을 둘러보고 있다./조선일보 DB

◇ 금강산 관광, 피격 사건 후 10년째 중단

금강산 관광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의지로 시작된 사업이다. 정 명예회장은 1989년 1월 기업인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공식 방문해 ‘금강산관광 개발 의정서’를 체결했다. 금강산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공동 개발하고 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의 경제성 있는 분야에 남·북한이 공동으로 진출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의정서는 체결했지만, 실제 금강산 관광이 이뤄지기까지는 약 10년의 시간이 더 걸렸다. 정 명예회장은 1998년 소 1001마리와 함께 북한을 다시 방문했다. 이른바 ‘소떼 방북’이다. 그해 10월 정 명예회장은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을 만나 ‘금강산관광 사업에 관한 합의서 및 부속합의서’를 체결했고, 11월부터 금강산 관광이 개시됐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6월 소떼를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다./현대그룹 제공
▲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6월 소떼를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다./현대그룹 제공

초기에는 배로만 금강산 관광이 이뤄졌다. 2003년 2월에 육로관광이 개시됐고, 2004년 6월엔 1박 2일, 당일관광도 가능해지면서 관광객은 크게 늘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연평균 관광객은 약 9만9000명이었으나 2004년엔 27만명을 넘었고 2005년엔 30만명을 돌파했다. 2008년 관광이 중단되기까지 10년간 누적 방문객은 195만5951명이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을 하던 현대아산도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누적으로 333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2005년에 57억원 흑자로 돌아선 뒤 2006년 37억원, 2007년 19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순조롭던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한국 관광객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단됐다. 이후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하는 등 관광 재개를 위해 노력했으나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북한은 2011년 4월 현대의 독점사업권을 취소했고 그해 8월엔 금강산에 상주하던 남측 인원을 전원 철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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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관광·개성공단도 중단, 폐쇄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광과 함께 개성관광 사업도 약 1년 운영했다. 현대그룹은 2000년 8월 북측과 개성 육로관광 추진에 합의하고 2005년에 3차례에 걸쳐 시범 관광을 실시했다. 이후 2007년 11월 개성관광에 대해 북측과 합의하고 그다음 달부터 개성관광을 개시했다.

개성관광은 개시 후 약 10개월 만인 2008년 10월에 관광객 1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여파로 개성관광도 그해 12월에 중단됐다. 2007년 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개성관광을 다녀온 사람은 총 11만549명이었다.

개성공단은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故)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1999년, 2000년에 김정일 위원장과 여러 차례 면담하면서 성사시켰다. 현대그룹과 북한은 2000년 개성공업지구 건설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고, 2003년 6월 개성공단 착공식을 가졌다. 개성공단은 1년 후인 2004년 6월 준공됐고, 그해 12월에 첫 제품을 생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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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은 입주 기업 수와 근로자 수가 계속 늘면서 2015년 한해에 124개 기업이 총 5억6329억달러어치를 생산했다. 가동 후 2015년 12월까지 누적 생산액은 32억달러에 달한다.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북측 근로자는 2005년에 6013명에 불과했으나 2015년엔 5만4988명으로 늘었다.

개성공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결정으로 2016년 2월 문을 닫았다. 그해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진행하고, 2월엔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개성공단이 중단된지 1년이 지난 2017년 2월 9일 경기도 남북출입사무소./성형주 기자
▲ 개성공단이 중단된지 1년이 지난 2017년 2월 9일 경기도 남북출입사무소./성형주 기자

◇ 대북사업 재개 가능할까

현대그룹은 대북 사업을 재개하고 싶어 하지만, UN이 북한을 제재하고 있어 당장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대북 사업이 재개되려면 UN이 제재를 완화해야 하는데,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대북 사업 재개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UN은 2013년 이후 지금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였다. 2013년 3월엔 다른 나라가 북한에 대량의 현금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 북한이 이 돈으로 핵 또는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의 대가로 지금까지 북한에 총 4억8700만달러(약 5300억원)를 지급했는데, 이 제재가 계속 유지되면 금강산 관광을 다시 하기가 어렵다.

UN은 2016년 11월엔 북한 내 금융기관, 은행 계좌를 폐쇄하고 대북교역 관련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금지했다. 작년 8월엔 북한과의 신규 합작사업을 금지시켰고 기존 합작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제한했다. 작년 12월에는 기존에 북한과 하던 합작사업도 막고 120일 이내에 폐쇄하도록 했다.

현대그룹은 남북관계 개선 상황과 UN의 움직임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크지만, 대북 사업은 UN 제재와도 연관이 돼 있어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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