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화 분위기에도 차분
이념보다 취업·학점에 더 관심
 

최근 서울대 학내 의사결정기구인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에 "서울대와 김일성종합대학 교류 추진 위원회를 제안한다"는 안건이 올라왔다. NL(National Liberation·민족해방) 계열인 운동권 단체의 발제였다. 하지만 참가한 학생대표들의 찬성표가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학생들은 이념 문제에 시큰둥한 분위기다. "거대 담론보다는 눈앞에 닥친 취업과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3월 25일 서울대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총운위) 회의가 열렸다. 총운위는 총학생회장과 각 단과대학교 학생회장들로 구성된 학내 대표 의사결정기구다. 이날 올라온 11개의 논의 안건 중 '서울대-김일성종합대학 교류 추진위원회(가) 설치의 건'이 있었다. '6·15 남북 공동선언 지지·이행을 위한 범서울대인 연석회의'가 올린 것이다. 이 단체는 NL 계열의 운동권 단체다. 이들은 "남북 각계각층의 활발한 만남이 중요하다. 학생 간 교류를 진행해 평화와 화해 통일의 물결에 동참하는 것은 커다란 의미"라며 김일성종합대학과 교류를 제안했다. 안건에는 교류 사업 추진 과정도 상세히 나와 있다. 3박 4일 동안 김일성종합대학 견학, 일본 문제 토론회, 평양 문화유적 답사 등의 일정을 적었다. 이를 위해 4월 통일부에 접촉신고, 5~6월 1차 방북 이후 7~8월 약 50~100명 규모의 교류단이 방북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회의에서 "총학생회 차원으로 추진할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결국 찬성 4표, 반대 3표, 기권 3표로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최근 학내 곳곳에는 이번 안건과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대학교―김일성종합대학 교류사업을 함께 준비해나갈 학우 여러분을 모집합니다'라는 제목의 포스터가 내걸렸다. 이를 본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남북 교류를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 등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수학여행단 방북 허용 등을 정부에 공식 제안했고, 전교조 광주지부는 북한 수학여행 국민청원 운동에 나선 바 있다.

공대생 박모(23)씨는 "평화를 위한 남북 교류라는 허울 좋은 이야기보단 당장 눈앞에 닥친 취업과 공부가 더 중요하다"라며 "굳이 북한 대학과 왜 교류를 해야 하는지 공감할 수 없다"고 했다.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도 관련 글에 '행정 부 차원의 교류는 (남북 교류가) 정치겠지만, 저건 그냥 반국가 행위 아닌가' '교류하는 건 좋은데 굳이 그걸 학생 주도로 해야 하나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층은 통일의 필요성이 잘 와 닿지 않는다"며 "특히 청년실업률이 높은 지금 같은 때 남북문제보단 취업과 학점 문제가 그들에게 더 중요한 문제다"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6/20180426001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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