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회담 전에… 文대통령, 美·中·日 정상 만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에서 1시간 동안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5일 밝혔다. 당초 정 실장은 남북 정상회담 직전 평양을 방문해 정상회담 핵심 의제인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북한보다는 미국행을 먼저 택한 것이다. 정 실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이뤄진 이번 방미(訪美)에서 그간 남북 사이에 진행돼 온 비핵화와 남·북·미가 참여하는 종전 선언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수석은 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양국 간 긴밀한 공조 방안에 대한 이견 조율을 마쳤고 정상회담 후 상황에 대해서도 협의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직후 전화 통화를 갖고 결과를 공유키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5월 중순 미국에서 한·미 정상회담도 갖기로 했다. 6월 초로 예상되는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한·중·일 정상회담(5월 초 일본), 한·미 정상회담 등 숨 가쁜 외교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미·북 정상회담과 '패키지' 회담이기 때문에 한·미 간의 사전 협의와 공조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비핵화는 남북 한 축과 한·미 한 축이 있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긴밀한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제안한 비핵화 방안에 대해 한·미 간 입장 조율을 했다는 뜻이다. 한·미와 북한은 그동안 정의용 실장의 방북,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의 방북을 통해 3자 간에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 등을 논의해왔다. 정 실장의 방미는 비핵화와 함께 종전 선언에 대한 협의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종전 선언은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고, 이를 위한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구상도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 실장이 직접 미국을 간 것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뿐만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대통령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