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D-1]

리비어 前 美국무부 부차관보
"北 그간 미군·핵우산 철수 요구, 한국은 북한의 덫 조심해야"
 

에번스 리비어 전(前)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 부차관보

에번스 리비어〈사진〉 전(前)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 부차관보는 본지 인터뷰에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이 '비핵화'를 언급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반드시 '잠시만요. 어떤 의미의 비핵화입니까'라고 되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포럼 '아산 플래넘 2018' 참석차 24~25일 서울에 온 그는 "김정은이 말하는 비핵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비핵화와 다를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금창리 지하 핵 시설 의혹이 불거진 1998년부터 북한 외무성을 꾸준히 접촉해 온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내가 만난 북한 고위 관료들은 '미국의 핵우산 제거와 주한미군 철수가 선행돼야 할 수 있는 것이 비핵화'라고 말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북한의 덫(trap)'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핵 동결이라는 개념도 비핵화를 향한 환상만 키울 뿐"이라며 "확인할 수 없는 것을 동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또 "최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 등이 '미·북 정상회담의 목적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막는 것'이라며 (한국·일본 등) 동맹국은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가 자칫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정도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 개발만 중단시키고 다른 핵무기를 묵인하면, 북한은 핵탄두를 단·중거리 미사일에 탑재해 한국과 일본을 위협할 수 있다.

아산 플래넘에 참석한 다른 인사들도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너무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의 강경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을 대표하는 폴 울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은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 정권의 비핵화 진정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며 "핵·미사일 실험을 그만하겠다고 밝힌 것도 어떤 측면에서 보면 핵 프로그램은 완료된 상태이며 다음 단계로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협상이 아니면 협상장에서 나온다'고 했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며 "회담장에서 나왔다고 해서 우리가 가진 모든 기대를 저버린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제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6/20180426002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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